변협 진상조사위 구성

지난달 울산지법에서는 울산 남구 아파트 주민 8명이 P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강제경매청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의 첫 변론이 열렸다. 재판장이 “기록을 읽어보니 결론이 뻔한 것 같은데 오늘 결심해도 되겠다”고 말하자, 원고 측 변호사가 “피고 측 임원직들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장은 “다음 기일에는 반드시 결심을 하겠다”고 했다.
10일 열린 공판에서 원고 측 변호사는 준비서면에 넣지 않은 원고들의 채권양도통지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고, 재판장은 “준비서면에 안 쓴 것을 법정에서 이야기 하느냐”며 “소송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지속적으로 질책성 발언이 이어지자 원고 중 한명이 발언권을 신청해 “변호사한테 아무 잘못이 없고, 원고가 서류를 늦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재판장은 다시 변호사를 20여분간 질책했고 변호사가 “채권양도 사실을 준비서면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왜 이렇게 계속해서 사람을 핍박하냐, 구두변론주의가 원칙인데 준비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것이라도 법정에서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자 재판장도 언성을 높이며 “그러면 이 법정에서 채권양도사실을 주장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어왔다. 이에 변호사가 “오늘 이 법정에서 주장한 것으로 정리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재판장은 느닷없이 감치대기 명령을 내렸고, 변호사는 이후 다른 재판이 끝나기까지 약 50분 이상을 법정 밖에서 감치대기 상태로 있었다.
해당 사건의 선고기일이 지정된 직후 바로 감치재판이 시작됐다. 변호사가 감치사유에 해당된다면 구류처분을 내려달라고 적극 항의하자 재판장은 “의뢰인이 불쌍하네”라고 말했다.
이에 즉시 변호사는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이냐. 그 말은 변호사의 태도 여하에 따라 승소판결할 것을 패소판결 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냐”며 항의하자 재판장은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불처벌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 바로 법정을 떠나버렸다.
대한변협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즉각 특별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이번 사건이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권을 침해한 것인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며, 조사결과 재판장이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재판장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물론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엄중히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울산지법에서는 “변호사가 판사 발언 중간에 끼어들어 다른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재판기록은 녹음 요청이 없어서 녹음이 되지 않았고 속기사도 참여하지 않은 재판으로 재판기일의 녹음 및 속기 자료가 없다”고 회신했다.
특별진상조사단 위원장을 맡은 장준동 변협 부협회장은 “피고 대리인에게 정황에 대한 진술을 받고 있으며 당시 법정에 있던 다른 변호사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며 “진상이 밝혀지면 변론권 보장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17일 “대법원장이 법정 내 법관의 언행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 당황스럽다”며 “사건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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