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선택과목을 정하지 못했다. 변호사시험 과목엔 선택과목이 있는데, 7개 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해서 응시해야 한다. 로스쿨 오기 전에 관련 분야에서 일을 했거나 공부를 한 동료들은 쉽게 선택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1, 2학년 땐 3학년 때 결정하면 된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막상 3학년이 되니 마음만 급해지고 괜한 불안감에 더 선택하기가 어렵다. 별다른 경력은 없으나 공법 쪽에 관심이 많아서 환경법이나 조세법 중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선택을 위해 이번 학기 조세법 수업을 듣기로 했다. 조세법은 실무에선 무척 중요한 분야이지만 좀 생소한 과목이라 선택과목으로 선택하는 학생도 적은 편이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많지 않은 편이다. 결국 단 두명의 학생만 신청했는데, 거기서부터 일이 시작되었다. 지난 학기부터 변협의 지침이 변경되어 수강생이 3명 이상인 경우에만 강의 개설이 가능한데, 지난 학기엔 실제 개설되지 못한 과목이 없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 조세법 수업이 개설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바로 내 눈 앞의, 내 문제가 되어 닥쳤다. 수강신청 정정기간 동안 또 다른 수강생을 찾지 못해 두 명만 남을 경우 폐강되게 생긴 것이다. 개강 일주일 전부터 교수님과 논의하여 필수과목과 겹치는 기존의 수업시간까지 변경해가면서 조세법을 함께 수강할 학생들을 찾아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수강신청 정정기간 내내 함께 수강할 학생을 한 명 더 찾는 동시에, 조세법을 강의하실 교수님과 함께 수강생이 세 명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수업을 개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다. 선택과목이긴 하지만 시험과목이고 강의를 하시겠다는 교수님과 수강을 하겠다는 학생이 있으니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당연히 개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동안 점점 비관적이 되어 갔다. 생각보다 엄격한 지침이라 예외적인 상황을 허용하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학교에서는 예외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결정을 내렸고, 한 명의 수강생이 더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끝내 수강을 원하는 학생은 더 나타나지 않았고 2013년 1학기, 조세법 수업은 개설되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몇몇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은 다른 수강생을 한 명 더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냐고 반문한다. 그 질문엔 어려운 과목을 피해가려고 하는 학생들에 대한 질타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학생들을 탓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학생 입장에서는 시험 과목별로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을 한꺼번에 준비하기도 벅차서 자신이 선택과목으로 응시하지도 않을 과목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조세법처럼 3학년 수업으로 개설되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1, 2학년 때는 시험 과목이 아닌 수업들도 선택해서 공부를 해왔지만 시험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3학년에게 시험과목도 아닌 과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어 놓고 예외를 인정하는 것에 인색한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명 이상인 경우에만 강의가 개설되도록 만든 현재 기준은 엄격한 상대평가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학년 정원이 100명이 넘는 학교나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명인 학교나 모두 3명이 기준이라는 것이다. 정원이 40명인 학교에서 3명 정도를 모으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한 학기 동안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고, 로스쿨에서의 수업은 변호사시험 준비의 한 과정이며 졸업 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세법처럼 특수한 분야의 수업이 3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조세법에 국한해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3명이라는 숫자가 꽤 어려운 수라는 것이 더 명확해진다. 1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조세법을 선택과목으로 해서 시험을 친 응시자는 30여명이었다. 25개 학교 기준으로 생각해도 한 학교에 두명이 채 되지 않고, 2000명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40명 정원의 학교인 경우 0.6명으로 채 한명이 되지 않는 숫자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지면 정원이 150명인 학교도 수업 개설이 불가능하다.
수강생이 3명 이상이어야 수업을 개설할 수 있다는 지침은 엄격한 상대평가를 위해 마련한 지침이기는 하나, 선택과목이나 변호사시험 관련 과목인 경우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되도록 했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엄격한 상대평가를 위해 마련된 제도를 지켜야 하는 것인지, 수업이 개설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 상대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따뜻한 제주도는 벚꽃이 이미 흐드러지게 폈다. 날씨 좋은 날 운동 삼아 학교 앞 왕벚나무길을 걸으려 했는데 선택과목에 대한 고민을 가득 짊어지고 이번 주말 선택과목 교과서나 읽어야겠다.

/김정은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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