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보다는 경쟁, 1등만 살아남고 2등마저 살아남기 어려운 현대 사회는 어떤 철학자의 표현대로 피곤 사회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목표는 오직 세계최고, 아시아 최고, 한국에서 최고 뿐이고, 모든 것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보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행동하는 적극적 사고로만 내몰리고 있습니다. 성취가 있다고는 하나 피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최고를 지향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 완전한 실패로 종결됐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의 관심을 끈 것은 용산개발사업의 실패로 변호사들만 좋게 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내용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지방중소도시에서 구멍가게 같은 빈한한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나 혹은 개인으로 개업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위 기사내용에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질 것입니다.
변호사 사회도 이미 재벌급, 대기업급, 중견기업급, 중소기업급, 구멍가게급 등으로 세분화되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어 있어, 용산개발의 좌초로 이익을 얻은 변호사는 재벌급 변호사뿐이고, 90% 이상의 변호사는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데, 부정적인 면이 부각될 때는 같이 휩쓸려가 똑같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리니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한 사회에서 법률서비스의 전달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계최고의 법률회사도 필요하고, 구멍가게 역할을 하는 변호사도 반드시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상호존중과 평화로운 공존이겠지요. 현재 우리재벌들이 하는 행태를 재벌급 법률회사가 답습한다면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드러나는 여러 폐해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변호사 사회의 균형상태는 과연 건강한 것인가 다시 한번 깊이있게 생각하고 걱정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최초의 직접선거방식에 의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서 선거혁명이 일어난 사실은 변호사 사회가 처한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눈에 보이지 않게 변호사 사회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갈등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층위의 사회단체중 동질성이 강하고,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합리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 집단에서 그와 같은 의사표출이 있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태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동질성이 강한 변호사 집단의 분화현상이 상호불신과 불화로까지 확대된다면 변호사 사회의 존립의 위기로까지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그와 같은 갈등과 모순이 적당한 시기에 정해진 방법으로 표출되어 자성과 개선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대한변협 협회장과 집행부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와 같은 인식이 선거과정에서 변호사들 사이에 충분하게 공유되었던 만큼 문제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과 일정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협회장 선거과정을 통해서 문제인식은 충분히 공유되었고 이슈도 명확히 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문제는 이를 구체적으로 아젠다화하여 현실에서 실현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할 것인데, 새로운 변협 집행부가 출범한후 2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구체적인 활동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의 임기가 2년에 불과하고, 2년이라는 기간은 여유를 가지고 현재 드러난 문제점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에는 짧은 기간이기에, 아직까지도 이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루빨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제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을 촉구하려 합니다.그러한 이슈들을 우선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 공론화하고, 이를 다시 사회의 일반적인 이슈로 만들 수 있다면, 변호사 사회 내부의 문제해결은 물론 이제까지 변호사나 변호사 단체에 부정적이었던 일반인들의 시각까지도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직선에 의한 선거혁명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한 변호사협회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커다란 기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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