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의 수집에 있어서 특히 신경 쓰이는 문제는 바로 작품의 진위여부이다. 모처럼 목돈을 들여 비싸게 산 작품이 가짜라면 참으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위작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안목을 필요로 하지만 이는 일반인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고가의 작품일수록 명망이 있는 유명 화랑이거나 큰 경매회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명세가 반드시 작품의 진위를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인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경매에서도 심심찮게 위작 시비가 일고, 심지어는 유명 박물관의 소장품들도 진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45억 2000만원이라는 경매가로 우리나라 미술품 거래의 신기록을 세웠던 박수근의 ‘빨래터’라는 작품 역시 위작 논란에 휘말려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사실 미술품의 진위여부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어서,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빨래터’가 진품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하다”라는 애매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보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명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이 있다. 문제의 발단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라는 작품을 대량 복제하여 판매하면서 불거졌다. 이 작품은 10·26의 주역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유였던 것을 국가가 환수하여 미술관에 귀납시킨 것이다. 작가는 결코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면서 “어찌 어미가 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겠느냐”는 절규와도 같은 증언을 남기고 절필을 선언하고 뉴욕으로 떠나버렸다. 당시 화랑협회를 비롯하여 내노라 하는 전문가들이 모두 ‘미인도’를 진품이라 감정하였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위조범이 붙잡혀 자백을 함으로써 그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지만 천경자 화백은 여전히 절필상태이다. 지엄한 법원도 진위를 명확히 판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가의 말도 진위의 시비 앞에서는 무시당하는 세태이다.
위작의 실체가 대규모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부정부패 혐의로 재산이 몰수 되거나 기업이 파산하여 청산절차를 진행할 때이다. 앞서 김재규의 경우 적잖은 미술품과 골동품들을 소장하고 있었으나 정작 진품으로 구분되고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것은 불과 몇 점에 불과하였다. I.M.F. 사태 때 부도가 난 기업들 중 청산 작업을 위해 그간 소장하였던 작품들을 평가했는데, 대부분이 가짜이거나 수준이 턱없이 낮은 작품들이어서 장부가격과 엄청난 괴리를 보이기도 했다. 미술시장에 도는 우스갯소리로 ‘검사 집에는 진품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검사와 같은 법조인들은 일반 사업가와 달리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시장에 다시 내다 팔 일이 없기에 선물을 줄 때 가짜를 주어도 탈 날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귀하고 비싼 작품이라고 선물 받은 물건들이 대부분 가짜이거나 수준 미달의 것이 태반이다. 그야말로 등잔 밑이 어두운 것과 같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위작은 당연히 가격이 비싼 인기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과거에는 골동품과 같은 옛 물건이나 작고 작가의 작품들이 주로 위작으로 제작되었으나, 요즘에는 생존하는 인기작가의 작품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스로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러한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형 화랑이나 공신력 있는 경매회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겠지만, 앞서 일어난 위작에 관한 대형 시비에 우리나라 최대의 경매회사나 화랑 등이 연루되어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이것 역시 전적으로 신뢰할 것은 못된다. 혹자는 경매도록 등 인쇄물에 등재된 작품들을 모두 경매사가 보증하는 진품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안내장 같은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재 미술품에 대한 감정은 한국미술품감정 연구소와 화랑협회, 고미술협회 등에서 하고 있으나 이들의 감정 확인서는 어떠한 공신력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가의 작품이라면 그만큼 더 신중하고 또 조심하며 접근하는 것만이 상책일 것이다.

/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미술평론가
ksx0011@dong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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