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짧지만, 무지무지 예쁜 시가 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는 이 시를 골프장 캐디를 위해 쓴 캐디예찬시로 알고 있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구? 딱 단문 석 줄인 이 시의 첫 글자를 보면 ‘자’,‘오’,‘너’로 시작한다. ‘자~오너!’, 캐디들이 전 홀의 위너에게 ‘먼저 치시라’고 해주는 최고의 예우가 바로 이 말 아닌가.
우리나라 캐디들은 이렇게 말만 예쁘게 하는 게 아니다. 부지런하고 명석하기가 세계최고라는데 1표를 당당히 던진다. 산꼭대기까지 클럽 다 챙겨서 갖다 주지, 측량사처럼 거리 정확히 불러주지, 클럽이랑 공 닦아주고 퍼팅라인 봐주지, 인심도 후해서 첫 홀은 모두 ‘파’라는 점수를 희사해주지… 그 은혜는 어머니처럼 끝도 없다.
그런 캐디업무를 두고 3D업종이라 한다. 물론 힘들고 위험하기도 하고, 간혹 진상손님 만나면 기분 ‘지저분해지기’는 하겠지만 다행히 그 이유는 아니다.
캐디는 늘 잔D를 관리해야 하고, 손님이 버D를 하도록 격려를 하고, 손님의 핸D가 얼마나 되는지 잘 살펴서 걸맞은 서비스를 해야 하기에 그렇다. 이렇게 바쁜 캐디에게 4D의 짐을 안기는 사람들이 있다. 뭐, ‘오이시D 내기’까지 하면서 그걸 관리하라고 돈을 턱 맡기기도 하지 않는가 말이다.
골프장의 여자캐디들은 4계절 피는 필드의 꽃! 힘들다고 그만두면 남자들이 캐디를 맡게 될 테니 우리 골퍼들은 봄 아니면 필드에서 꽃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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