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맞춤법에서 사이시옷 규정(제30항)은 가장 논쟁적인 조항이다. 언제 넣고, 언제 빼야 하는지 매일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신문기자들도 쓸 때마다 사전을 뒤져야 할 정도로 어려워한다.
규정 자체는 간단하다. ‘우리말+우리말’또는‘우리말+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뒷말이 된소리로 나거나(바다+가→바다까),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제사+날→제산날)에는 사이시옷을 넣는다는 것이다.
한데 이 규정을 만들면서 ‘한자어+한자어’에도 마구 사이시옷을 갖다 붙이던 당시의 관습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다만 너무 많이 사용돼서 언중(言衆)의 반발이 심할 것 같은 6개 단어만 예외를 두었다. 즉 두 음절로 된 한자합성어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다.
원래 어떤 규칙이든 예외라는 게 더 중요하다. 영문법에서 ‘-ed’만 붙이면 되는 게 동사의 3단 변화지만 예외가 더 많고,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처럼. 이 6개 단어도 당시에는 엄청 많이 쓰인 단어였겠지만, 찻간과 툇간은 요즘엔 거의 쓰지 않는다. 사실 찻간보다는 기차간(汽車間)이 더 익숙하고. 툇간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곳간 셋방 숫자 횟수, 이렇게 4개 단어만 외워두면 된다. 그래야 다음 문장에서 보듯 쓸데없이 ‘ㅅ’을 넣은 한자어들에 대해 “너 틀렸어!”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수사에는 헛점이 없었지만, 장물의 갯수에만 촛점을 맞추는 바람에 칫과의사 출신인 범인 검거에 차질을 빚었다….’
물론 허점(虛點) 치과(齒科) 개수(個數) 초점(焦點)으로 써야 맞는 단어들이다.
반면 ‘기차간(汽車間)’이나 ‘월세방(月貰房), 전세방(傳貰房)’은 두 음절이 아니므로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다만 삭월세방(朔月貰房)이 어원인 ‘사글셋방은 ‘사글’이 우리말이 됐기 때문에 ‘셋방’ 부분의 사이시옷을 남겨둔다.
덧붙여서-. 날갯짓 화젯거리 장밋빛 북엇국 등은 뉴스 문장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지만, 아마도 ‘날개짓’ ‘화제거리’ ‘장미빛’‘북어국’ 표기가 익숙한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날개+짓’은 ‘우리말+우리말’이고, ‘장미(薔薇)+빛’‘화제(話題)+거리’ ‘북어(北魚)+국’ ‘대포+잔(盞)’은 ‘우리말+한자어’이므로 사이시옷을 넣어야 맞다. 같은 이유로 똑같은 술잔이라도 ‘대포+잔(盞)’은 ‘대폿잔’으로 쓰고, ‘소주(燒酒)+잔(盞)’은 ‘소주잔’으로 써야 한다.

/김현덕 국민미디어클럽 편집공작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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