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 친구가 하나씩 있으면 무척 안심이 될 것이다. 식구나 본인이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가 나거나 했을 때 전화로라도 속 시원히 물어볼 데가 있는 것, 정말 든든한 일이다. 변호사가 무슨 사회 해악인양 몰아가는 언론도 이 점은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온 마을에 변호사 하나 없다면 법률복지에서 소외된 기분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래서 최근 변협이 추진 중인 ‘마을변호사’제도가 더욱 반갑다. 무변촌 문제는 변호사들에게도 정말 목에 가시 같다. 그렇다고 공무원도 아니고 생활인인 변호사에게 생계보장도 없이 가라고 강제하기도 힘든 일이다.
정말 좋은 이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것이다. 그것도 오랫동안.
법무부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혹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런저런 캠페인을 벌여왔다. 캠페인이라는 것이 그렇듯 전시성 행사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한바탕 결의대회를 하고 각 지역별 성과를 보고하는 릴레이가 몇달간 이어진 다음 또 몇달 지나면 흐지부지돼 이후를 묻는 사람이 민망해진다. 그러나 마을변호사제는 그러면 안 된다. 무변촌 해소는 법조인의 의무이고 벌써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누구도 일과성 전시성 행사에 들러리 서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생색은 법무부가 내고 일은 변호사에게 다 떠넘겨 희생만 감수하라는 식이면 성공할 수 있겠는가.
기본적인 시스템이 변호사의 헌신에 기대는 것이라면 법무부는 성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제 캠페인에 박수 쳐주고 그 이후 행적을 눈감아주는 시대는 갔다. 누구라도 인터넷으로 불만을 쏟아낼 수 있고 전 국민이 정책을 감시한다.
마거릿 대처 영국수상은 “누구도 선한 사마리아인을 좋은 의도만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는 돈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의도만으로 저절로 좋은 일이 되지 않는다. 돈을 가지고 좋은 일에 ‘써야’하는 것이다.
변협과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할테니 법무부도 진정성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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