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와 진행 경과
(1) 한국철도공사가 2009년 11월 24일 한국철도공사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해지하자 노조는 같은 해 11월 26일부터 같은 해 12월 2일까지 파업을 진행하다가 같은 해 12월 3일 업무에 복귀하였다. 노조는 이후 계속하여 한국철도공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음에도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0년 5월 12일까지 교섭이 결렬될 경우 재차 파업을 하겠다고 한국철도공사에 예고하였는데 파업 예정일은 2010년 5월 12일 04:00경이었다.
(2) 한국철도공사의 기술본부장이자 단체교섭의 사용자 측 교섭위원 중 한 명인 공소외인은 2010년 5월 8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한국철도공사 산하 차량사업소 및 정비단 등 현장을 순회하면서 직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여 파업 예정일 이전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전국을 이동하며 직원설명회를 개최하였다.
(3) 위 공소외인이 2010년 5월 11일 한국철도공사 산하 서울차량사업소에서 약 3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을 상대로 위와 같은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위 사업소에 도착하자, 피고인들 및 조합원 30여명은 건물 1층 현관 앞을 막아서서 “내일이 파업인데 본사에 가서 협상하는데 가 있어야지 여기 있을 때가 아니다”고 하거나 “파업을 하루 앞두고 성실교섭이나 하지 뭐 하러 왔어. 현장에 설명회를 할 시간이 있으면 다시 돌아가 교섭에 충실히 임해 파업을 막도록 하라”고 하면서 멱살을 잡는 등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4)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출입방해 등으로 인하여 공소외인은 결국 그날 서울차량사업소 2층 회의실에서 과장 등 중간관리자와 차량팀원 일부 등 몇십명만 참석한 가운데 약 10분간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한국철도공사의 현황에 비추어 파업에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파업에 대한 시각과 국가가 처한 현실 등과 함께 현재로서는 철도가 파업이 된다면 한국철도공사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5) 검찰은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을 청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몸으로 가로막는 등 위력으로 그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였다 하여 업무방해죄로 약식기소하였고, 법원은 그에 따른 약식명령을 발하였으나 피고인들이 그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며, 그 재판을 맡은 제1심법원은 여전히 피고인들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그 항소심인 원심은 공소외인이 파업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철도공사 산하 현장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으로서의 업무로 볼 수 없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 대상판결의 요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설시하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으로서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에 규정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 또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 상대로 집단적인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 또는 비록 파업이 예정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파업의 정당성과 적법성 여부 및 파업이 회사나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는 행위는 거기에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거나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가볍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3. 평가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소정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서의 지배·개입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또는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용자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두루 이해된다. 실제 단결권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배·개입이 성립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 판례는 이를 긍정하고 있다(대법원 1997. 5. 7. 선고 96누2057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388 판결 등).
(2) 그러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관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는, 실제 결과와 상관없이 그 의견 표명 자체만으로도 단결권 침해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구체적 장면마다 지배·개입의 성립여부가 문제된다. 그 성립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견해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우선, 미국의 Taft-Hartley법이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또는 이익의 약속’을 포함하지 않는 이상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 기대어, 일반적인 노사관계의 존재방식에 관한 것이든 노동조합의 구체적 방침이나 활동을 비판하는 것이든,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또는 이익의 제공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상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이하 ‘제1설’이라 함)가 있다. 반면에, 사용자의 반조합적 발언이 시민의 일원으로서 한 것이 아니라 약자인 종업원에 대한 우월한 지위에서 한 위압적 발언이면,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지배·개입이 성립된다는 견해(이하 ‘제2설’이라 함)도 있다. 그리고 그 절충적 입장에서, 지배·개입의 성립을 위하여 사용자의 발언에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등이 포함되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나 조직력을 저해할 우려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우려의 존부는 발언의 내용, 상황, 노동조합에 대한 영향, 추정되는 사용자의 의도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이하 ‘제3설’이라 함)도 있다(임종률, 노동법 제11판, 박영사, 283면).
(3) 대법원의 태도는 어떠한가? 우선,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에서는, 사용자가 종무식상에서 전 직원을 상대로 하여 “태어나지 말아야 할 노조가 생겼다” “계속하여 분쟁이 야기되어 전 직원으로부터 사표를 받고 공개채용으로 다시 충원해야 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하여,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였다.
또한,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388 판결에서는, 회사의 조합비에 대한 가압류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노조가 그 극복방안으로 채권을 발행하려 하자 사용자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채권발행이나 근무시간 중의 채권발행에 대하여 엄중조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하여, 역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였다. 위 두 사건에서 그 근거로 설시한 바는, 대상판결의 요지 첫 번째 문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용자가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그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지배·개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 두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첫 번째 사건에서는 신분박탈의 위협이 담겨 있고 두 번째 사건에서는 신분상 불이익의 위협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 설시 자체만 보아서는 지배·개입의 성립에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혹은 이익의 약속’이 요건인지를 뚜렷이 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은 제1설이나 제2설보다는 절충적인 제3설에 가깝다는 해석도 가능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이라는 표현을 통하여 반드시 불이익의 위협이나 이익의 약속 등이 없더라도 지배·개입이 성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기는 하나, ‘불이익의 위협이나 이익의 약속’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내세움으로써, 제3설의 입장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면서도 제1설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는 듯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하여 불이익의 위협 등을 지배·개입 성립의 한 예로서 거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후 맥락과 함께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 사실관계 및 결론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반노조 발언은 불이익의 위협 등이 없는 이상 어지간해서는 지배·개입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으니 문제다. 대상판결을 후자로 이해하게 되면, 사용자의 반노조발언에 대하여 불이익의 위협 등이 없다 하여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게 되고, 결국은 노조의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다.
예컨대, 사용자는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보복이나 폭력의 위협 또는 이익의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에 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조합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특정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반대 의사가 강하게 표시된다면, 조합원들로서는 그 활동을 하였다가는 사용자에게 밉보여 여차하면 불이익을 입게 되리라고 생각할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 사용자 주도 하에 전 직원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노조 활동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하여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적 언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전후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단순한 의견 표명’ 혹은 ‘상황 설명 내지 호소’라고 해석하여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대상판결이 불이익의 위협 등이 없는 한 사용자의 반노조 발언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최창귀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llfour@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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