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대한변협신문의 ‘생각하는 숲’이라는 칼럼란에 글을 써왔다. 대강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이런 저런 생각나는 글을 쓰면서 지내왔던 것 같다. 글 솜씨도 없고, 소재도 궁해서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하였으나,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자신의 일상을 적어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어서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누가 내 생각에 특별히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수필’보다는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기회가 돌아오니 너무 ‘텀(term)’이 길어서 독자층도 이전에 내가 쓴 글을 다 까먹을 것 같아서 고민이었다. 변호사로서 내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정하여 한 회에 끝나도록 하되, 전체적으로는 연결되는 글을 쓰기로 했다. 나름대로 법정에서 있었던 일, 개인적으로 있었던 일들을 버무려서 써나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가슴이 콩당거리는 ‘펜 레터’를 받기도 했다. 전화로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메일을 보내주는 후배도 있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주인공들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행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소재도 궁해지고, 능력도 부쳐서 그냥 ‘수필’ 형식으로 돌려서 쓰기로 했다. 억울했던 일, 즐거웠던 일, 공유하고 싶었던 일, 속상했던 일 등을 쓰면서 지내다보니 어느새 2년이 후딱 지나갔고 이제 오늘로서 마지막 날이 되었다.
내가 처음 변협신문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법연수원 시절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당시는 연수생 신분이라 변협신문에 글을 쓸 자격이 없었지만, 어떤 용감한 편집인님께서(그분의 성함도 지금은 모른다) 사법연수생들에게도 한 꼭지를 쓸 기회를 주셔서 쓰게 되었다.
다른 전공을 10년 이상 공부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다가 뒤늦게 사법시험에 도전하여 연수원에 입소하기까지 살아온 인생 역정과 하고 싶은 말을 쓰면서 재미가 있었고 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영광도 안게 되었다.
그 이후 어찌어찌 운이 좋아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종이 질도 지금과 달랐고 인쇄형태도 달라서 신문이라기보다는 ‘소식지’ 같은 형식이었고 지금처럼 일주일에 한번씩 발간되지도 않았으며 특히 신문의 면수 자체가 지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었던 것 같다.
그 이후 우여곡절 끝에 16면으로 증면되었고 1주일에 한번씩 꼬박 꼬박 발간되게 되었으며 독자층도 많이 늘은 것 같다. 변호사들 뿐 아니라 법원, 검찰 및 학교 등 유관기관에 계신 분들로부터 “글 잘 읽었다”는 인사를 듣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변협신문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와 생래적인 한계가 있어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선, 신문에 관심이 많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변호사님들이 적어 필진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2년간 10여명이 돌아가면서 글을 쓰다 보니 신문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기네들 얘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변협신문이 매번 신변잡기적인 수필로만 이루어졌다고 탓하는 분들도 계셨다.
더욱이, 변호사들을 제외하고는 홍보과 직원 몇 명과 편집장이 신문을 만드는데 이들이 전적으로 신문 만드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는 것이 아니고 변협의 홍보일을 주관하면서 부수하여 일을 하기 때문에 소재발굴이나 소식 전달 및 기사 작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다는 점도 상당한 약점이었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로 뛰고 현장을 체험하며 기사를 제공하고 여론을 요약하며 올바른 논평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데 장당 몇 천원에서 만 원 가량의 원고료만으로는 이들에게 변협신문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거나 양질의 신문을 만들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고 대한변협신문의 편집인인 공보이사님이 야심차게 변협신문의 대 변신을 기획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모쪼록 우리 1만3000명 변호사들의 소식과 생각을 대변할 수 있고 때로는 변호사들이 나아가야 할 사고의 방향도 제시해줄 수 있는 신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한편으로는 정치한 논리 전개로 법조인 본연의 날카로운 전문성을 돋보이게 해주고,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가슴 아픈 변호사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스한 신문이 되어주기를 열심히 소망하여 본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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