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위헌 사건에 대법원 재심기각…다시 헌재가 대법원 판결 취소하나?
형사처벌 법규 한정위헌 사건 귀추 더 주목돼, 헌법재판소법 손질해야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재심기각판결을 선고해 또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대법원 행정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주)KSS해운이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제23조에 근거한 법인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 대한 재심청구사건(2012재두299)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상장을 전제로 조세감면혜택을 받은 기업들이 정해진 시한까지 상장을 하지 못하자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조항에 따라 감면받은 법인세와 방위세를 부과받았던 기업들이 “조세감면규제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부칙을 따로 입법하지 않았으므로 세금을 물릴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하급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헌재는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정위헌 결정(2009헌바35)을 내렸고, 원고 중 KSS해운이 대법원에 낸 재심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헌재의 한정위헌 선언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의 입장이 변치 않았음을 확인한 이번 사건은 1997년 헌법재판소가 사법사상 처음으로 위헌인 법령을 근거로 재판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취소했던 양도소득세 과세기준에 대한 구 소득세법 사건(96헌마172)을 떠올리게 한다.
당사자들은 대법원이 재심을 기각한 이상 헌재로 다시 가져갈 것이고 그러면 헌재는 또다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고 당사자들의 권리구제는 다시 험로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97년 사건은 과세관청이 세금부과를 취소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세금문제는 과세관청이라도 나서서 해결한다지만 한정위헌이 내려진 형사처벌 규정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당사자는 어디를 따라야?
1997년 사건 반복되나

지난해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에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이 아니고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사람도 아닌 제주자치도 위촉위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299조 제2항의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2011헌바117).
이 사건으로 헌법소원을 낸 남모 교수의 재심사건 대리인인 정순철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헌재가 한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해주기를 가장 바란다”면서 “설혹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재심을 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대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검토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의 해석은 법원의 권한이며 한정위헌은 명백히 법률에 대한 해석으로서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계속 문제가 되는 한정위헌 등 변형결정을 불가능하도록 못박는 것이 오히려 우리 사법체계에 맞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재판취소청구 헌법소원이 들어온다면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일 뿐이라며 기관간의 다툼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지난달 25일자 본보 판례평석을 통해 “위헌소원을 통해서 선고되는 위헌결정은 모두 법원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과로서의 합헌이라고 판단한 법률내용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는 것이므로 법원의 법률해석권한행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들”이라며 “전부위헌결정도 그러하고, 일부위헌결정도 그러하고, 한정위헌결정도 그러하다. 한정위헌결정만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조항이 외연이 너무 넓은 경우, 구체적 규범통제의 본질에 따라, 당해 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 심판의 범위를 축소한 뒤, 그에 한정하여 위헌 여부를 판단하였을 뿐이다”라며 한정위헌이 위헌선언의 일종이며 다르게 볼 이유가 없음을 설명했다.

법 개정으로 해결하자

박상훈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국민들 입장에서 3심을 거쳐 헌재, 대법원, 헌재로 가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납득할 수가 있겠느냐”며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위헌선언의 종류에 헌법불합치, 한정위헌도 명시하는 한편,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의 기속력 등을 이유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함께 명문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기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사법기관이어서 국민이 방향을 잡을 수 없으면 그 파장은 크고 심각해진다. 또다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정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박신애 편집장 rawool32@ 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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