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서는 공부할 것이 너무 많다. 숱하게 많은 과목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부하여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한 과목 한 과목 부과되는 공부의 양에 치어 생존가능한 기초 여력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투입해야 할 형편이다. 학부와 석·박사과정에서 법을 전공한 나로서도 그러한데, 법을 전공하지 아니한 동료학생들이 겪을 고초가 어떨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떤 과목이라도 정확하게 공부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로스쿨의 학교 수업 외에도 로스쿨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개인적 사정에 따라 인턴으로서 실무교육을 받게 된다. 인턴이라고 하여 부담 없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실무기관에서 인턴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채용에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업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하여 전력투구하여 인턴생활을 하게 된다. 한편 취업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하나의 실무수습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실무수습을 하게 되므로, 학교 공부와 별도로 투여할 시간들이 너무 많이 필요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인턴을 마치고 일정 기간 내에 채용이 확정되면 안정된 입장에서 학교 공부와 변호사시험에 전념할 수 있지만, 그런 채용이 오히려 드문 편이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래의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서 공부에 사생결단 몰입하게 된다.
이런 공부 부담에 대한 언급은 외부에서 볼 때 하나의 넋두리로 들릴 수 있다. 로스쿨 제도 하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에서이다. 로스쿨에서의 부담이 그 강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잘 된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입장이 명분상으로는 정당하며, 구태여 여기에 토를 달거나 그렇지 않다고 달리 강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 같아선 로스쿨의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의 꼬투리와 갈피를 찾아 개선할 점을 결연히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 로스쿨에서의 제한된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내지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도 있다. 조금 더 지혜를 모아 로스쿨에서의 시간과 노력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다면 법조계가 로스쿨에 기대하는 목표치 달성에 더욱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당장으로서는 실현가능할 것 같지 않다. 로스쿨 출신 선배들의 층이 아직 얇은 관계로 로스쿨이 처한 문제점을 로스쿨 출신 선배들이 대변하고 이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해주실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로스쿨 출신 선배 변호사들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과 대립적 관계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로스쿨의 이익을 표출하는 것도 후배의 입장에서는 역시 불안한 심정이다. 바라건대 로스쿨 출신 선배 법조인들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도 이를 본받아 반듯하게 법조인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면 바로 그것이 로스쿨 제도가 연착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을 쓰다 보니 로스쿨에서 공부를 많이 하므로 알아달라는 진정조로 들려 글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로스쿨에서 반듯하게 배우고 잘 추슬러서 법조계로 듬직하게 진출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순수한 동기만은 이해해 주실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함에 있어 마음을 제대로 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의 입장에서 남을 보다보니 남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알기 어렵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하나 말 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째로 접어든 현실에서 또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된 지 이태가 되는 현실에서,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좀 밉게 보이는 부분이 있더라도 타일러 주시되, 곱게 볼 수 있는 부분마저 꺾이지 않도록 그 만큼의 애정만은 가져주셨으면 한다.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이 외치고 싶은 말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이다. 오늘도 인간다운 삶을 유보하고,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법조인의 길을 올곧게 나아가려고 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외침이 로스쿨에 대하여 평소 비판적 시각을 가지시는 분들에게 잔잔하게 여울져 나아갔으면 한다. 대승은 큰 배를 탄다는 의미이다. 주제넘을 수 있는 부탁의 말씀이나 선배님들의 사랑과 배려로 로스쿨 출신 법조인이 그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다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 선배 법조인이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나, 최선을 다해 그 부족함을 나름대로 실답게 채워나가는 로스쿨 학생의 치열한 모습을 사랑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실 것을 기원드리고 싶다.

/김효정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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