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변호사회 회장 조용한 변호사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 도입, 국선변호사 확대 등 제도 개선위해 뛸 것
인권위원회 모집했더니 회원의 15%지원, 공익활동 확대위한 조직개편
검정고시 출신…청년변호사들 밑바닥에서도 일어난다는 자신감 필요해

“우리사회의 법률서비스 수요 크기가 한해 2000명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인가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잠재적 법률 수요가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과 그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시스템이 전혀 개발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중소기업, 관공서, 공공단체 등 법률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많은 잠재적 수요들이 있는데도 실제 수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선변호사도 확대되어야 하고 행정심판에도 법률구조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국선운영을 법원이 할 게 아니라 기금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저는 선거 때 공약으로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대한변협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어요. 항소심에서만이라도 변호사의 대리가 필수적이 되어야 합니다.”
3월의 막바지, 부산에서 조용한 부산지방변호사회장(사시24회)을 만났다. 제2의 도시 부산은 벚꽃이 한창인데 하루 만에 다녀오느라 숨 가쁘게 진행된 인터뷰였다. 1시간 30분 이상 진행된 인터뷰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조 회장의 말을 듣고 있느라 나름대로 넉넉하게 잡았다고 생각한 기차시간이 빠듯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순서가 맞는지, 인터뷰를 해도 될지 많이 심사숙고한 끝에 응하겠다고 답변을 준 것이 무색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오래 생각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실 만나본 회장들은 거의 다 달변이었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2년간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인터뷰이다 보니 질문도 거의 필요 없이 정신없이 받아써야 하는 지경이다. 특히나 부산에는 ‘조용한’ 회장님은 없었다. 막힘없는 달변의 조용한 회장님만 있을 뿐.
“얼마 전 부산시청에서 7급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겠다는 기사 때문에 법조계 특히 로스쿨 소장변호사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론에 이렇게 말했어요. 법조인을 많이 늘린 것은 법치주의가 구석구석 제대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법치, 법무행정을 가볍게 여기겠다는 게 아니다, 공직사회에서 직급은 업무의 중요성과 바로 연결되는 것인데 법률전문가의 직급을 낮춘다는 것은 법무, 법치행정을 가볍게 여기게 될 수도 있다.”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조 회장은 부산 변호사 사회의 어려운 사정도 털어놓았다. 개업변호사가 370명에서 450명으로 늘었단다. 경유비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볼 때 사건은 그다지 늘어난 것이 아닌데 변호사 수만 25%가 순증한 것이다. 그런데 부산은 해운, 항만, 조선, 물류 등 부산의 기간산업들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어 법률수요를 서울의 대형법무법인에 의존하고 있어서 제2의 도시에 걸맞은 법률 수요 창출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한다.
관할에 있어서도 경북 전역을 관할하는 대구회와 달리 부산회는 인접한 울산회, 경남회가 있어 부산만을 관할한다. 창원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생겼고 울산도 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내놓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속앓이 하는 문제다. 2017년에 개원하는 부산 서부지원, 서부지청의 관할 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법원이 계획한 관할안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무엇보다 부산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 부산 인접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텐데 기존의 관할 구역 안에서만 관할을 나누려하니 답답하다고. 부산회에서는 섣부른 주장이나 접근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역민들의 여론도 담고. 괜히 이웃 간 불화를 만들 우려도 있어 원칙을 세운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이제는 좀 나서야 합니다. 지방에서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들이 대한변협에서 연수를 받으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가능한 한 법조선배들이 맡아서 교육시키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대형 법무법인들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봉사차원에서라도 연수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변호사회 내부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문인 듯.

부산회 변호사들은 회원들의 권익향상과 함께 공익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다. 부산회가 인권위원회 위원을 모집하자 50여명이 지원했다. 전체 개업 변호사의 15%가 지원한 것. 사법, 노동, 이주외국인, 북한이탈주민, 자치준법감시, 장애인, 여성아동으로 소위원회를 나누어 인권옹호 사명을 다할 계획이다. ‘자치준법감시 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비리와 예산 낭비 의심사안에 대해 조사·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고발이나 수사의뢰, 감사청구도 할 계획이라고.
최근 부산회에서는 법관평가위원장이 사퇴했다. 법관평가를 논의하면서 ‘WORST’를 발표하지 않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규정을 개정하려다 부결되었고 그 책임을 진 것이다.
“법관평가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막말판사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들이 성심성의껏 고민해서 한 평가가 법원에서 무시당하는 것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닐까요? 법관들도 평소 문제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호사회에 알려주면 징계를 하든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서로가 발전하려면 서로의 아픈 데를 지적해 개선해나가야 발전하는 거 아닌가요? 아울러 변호사와 법관이 법조제반 문제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식적 교류를 통해 소통을 늘려야 합니다.”

조 회장의 고교기입란에 검정고시라고 되어 있어 그 연유를 물었다.
“저는 금오공고 4기 입학생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역군을 육성한다며 설립한 특수학교인데 학비는 물론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금오공고가 아니었으면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는데 금오공고 덕분에 진학을 했다가 인문계공부를 하고 싶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았습니다. 저는 제 자신의 능력보다는 사회시스템에 많은 혜택을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에 대한 대가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회가 참 고마워요. 그래서 저는 국가와 국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변호사회를 위해 상근변호사회장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청년변호사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젊음을 바탕으로 밑바닥에서도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또 선배법조인들은 이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법조가 과도기에 우왕좌왕 하고 있다고 느꼈고 후배들을 위해 연착륙하도록 돕고 싶어 회장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 그의 진심이 통해서일까. 부산회 회원들은 그를 제54대 회장으로 선출해 주었다. 상근회장으로서 제대로 일해 보겠다는 조회장의 도전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박신애 편집장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