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전원일치로 결정

헌재, 재판관전원일치로 결정

헌법재판소는 21일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긴급조치 1·2·9호는 발동된 지 거의 40년 만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는 3년여 만에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이다.
헌재는 긴급조치 1·2호에 대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침해한다”는 입장을,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헌법개정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부정·반대·왜곡·비방행위 금지, 2호는 긴급조치 위반자 비상군법회의에 회부,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신문·방송 등에 의해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 금지, 사전 허가 건을 제외한 일체의 집회·시위 불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함께 헌법소원이 제기된 유신헌법 제53조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령의 근거규정일 뿐 심판 청구인의 재판에 직접 적용된 규정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의사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데 있기 때문에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신헌법 제53조는 천재·지변, 중대한 재정·경제 위기이거나 국가 안보 등이 중대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을 때 대통령에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위헌심사권을 둘러싼 대법원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1·2·9호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둔 점에 비춰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위헌심사 권한은 헌재에 있다”고 못박았다.
대한변협 노영희 수석 대변인은 “헌법소원 제기 후 위헌결정이 나오기까지 3년이나 소요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로써 유신시대의 잔재 청산과 실질적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적 헌법질서가 제 자리를 찾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긴급조치 변호인단은 지난 22일 “민변 차원에서 긴급조치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모집해 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접수된 피해 사례만 해도 300여건에 이르고, 이달 말까지는 총 500건가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1차 소송 이후에도 추가 피해자를 모집해 2차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민·형사 양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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