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 장성근 변호사

‘모든 것을 뒤집어보자’가 모토 회원위한 신나고 보람찬 헌신중
전자소송 익숙해지도록 돕고 친절한 변호사회 위해 설문조사도
야구팀 창설…축구회 회장 4년 역임, 사진은 전시회 열 정도

“회장님, 제가 5분정도 늦을 거 같은데 지금 어디세요?”
“네? 제가 지금 어디 있어야 하는데요?”
경기중앙회 회장 인터뷰를 위해 변호사교육문화관 북카페에 도착하고 보니 카메라의 플래시에 불이 들어오질 않았다. 건전지를 사 와야 해 늦을 거 같아 전화했더니 언제 약속했냐는 답변이다. 너무 놀라 다음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하하하 장난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

장성근 경기중앙회 회장을 만난 것은 12일 늦은 오후. 3월인데도 초겨울 날씨 같은 쌀쌀함을 따뜻한 햇살로 느끼게 하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인터뷰 내내 질문할 틈이 없이 속사포처럼 경기중앙회와 회원들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니, 서울회는 이렇게 회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도 있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가까이 있어 회원들이 서울회 시설을 이용할 일도 많아요. 서울에 비해서 회원서비스의 질은 떨어지니 회원들이 불만일 수밖에요.”
서울과 가까워 지리적 이점이 있을 것 같아도 오히려 늘 비교당하고 경제적 어려움은 전가당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서울 지역 변호사들이 이제는 경기 지역 일을 맡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다. 서울이 어려우면 바로 영향권 내에 있어 직격탄을 맞는다는 의미. 장 회장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하고 있을까?
“저는 모든 것을 뒤집어보자는 주의에요. 습관적으로 해오던 것을 뒤집어보자, 바꿔보자. 제일 먼저 한 일이 경기중앙회 사무실의 권위적이고 크기만 한 가구를 갖다버리는 거였어요. 바퀴 달려서 쑥쑥 이동하는 걸로 바꾸고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을 기증받아 배치했습니다. 전자소송에 대비해 연습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회의할 때 종이를 없애자는 주의에요. 회원이 전자소송에 어려움을 느껴 도움을 받고 싶다고 연락하시면 전자소송에 능한 사무직원이 파견돼 익숙해질 때까지 도와드립니다.”
이렇게 변화와 개혁을 역동적으로 따라가는 회장은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과연 취미도 사진, 등산, 야구, 축구, 스킨스쿠버 등 다양하다. 경기중앙회 축구동호회 회장을 4년 동안 역임했고 지난해 변협 협회장배 전국변호사축구대회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늘 서울회가 우승을 가져가던 대회에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경기중앙회 변호사야구팀도 만들었다. 사진은 단지 취미에 그친 것이 아니라 2000년에 지구의 海 포토콘테스트 2000(자유·환경부문) 입선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도 했었다. 방송출연도 많이해 사진 촬영이 아주 쉬웠다.몇년 동안 리빙TV 생방송 ‘여보세요’에서 상담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협회장배 축구대회를 수원에서 했으면 해요. 수원은 축구의 메카입니다. 김천에서는 많이 했잖아요. 김천이 전국에서 오시기 편리한 건 아는데요, 김천에선 많이 했으니까 올해는 수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협회장님께 떼를 써서라도 유치하려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톤이 낮아지며 지역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대형자본으로 사람을 모으고 돈을 쓸어가면 토종기업은 살아남기 얼마나 어렵겠느냐고. 경기 수원에서 바라보는 서울이 꼭 그런 것이라고. 10년 전 민사법정에 가면 대개 지역변호사들이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눴단다. 그런데 이제는 인사할 사람이 없다고. 거의가 서울에서 온 변호사들이라 얼굴도 모른다는 것. 구치소 면담 가서도 70%선이던 지역변호사가 이젠 절반도 안 된다. 심지어 지자체, 지역공기업까지 면피용으로 서울 로펌을 선임한다. 경기중앙 지역사건 수는 제자리 걸음인데 변호사는 70명이 늘었다. 몇 년 내 두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는 의식구조를 바꿔야 하는 수밖에.
“사실 대책은 없습니다. 솔직히. 경기위축이 저희들의 힘으로 좋아질 수도 없고요. 현재 관내 행정기관들을 상대로 정보공개요청을 해놓았습니다. 서울회 소속 변호사들에게 얼마만큼의 자문, 사건의뢰들을 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요. 행정기관, 관청이 하는 방식을 시민들은 따라가기 마련이에요. 되도록 지역변호사에게 의뢰하도록 언론을 통해 유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요. 그러려면 우리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죠. 실력을 키우자, 문턱을 낮추자, 정서적 접근으로 소통을 강화하자 등등 한번 다녀간 고객은 내 팬클럽 회원이 될 수 있도록 하면 되잖아요. 열심히 친절하게 일하는 수밖에요. 저는 회원들에게 명함에 휴대전화, 사진 꼭 넣으라고 해요.”
회원들이 의뢰인들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캠페인을 벌인다면 변호사회는 찾아오는 회원, 직원들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게 장 회장의 생각. 최근 회원들과 그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변호사회를 찾았을 때 친절한 응대를 받았는지, 용무를 성의 있게 처리해 주었는지 등을 팩스로 보내도록 하면서 수신처를 장 회장의 개인사무실로 했다. 팩스가 오는 즉시 아래, 위를 잘라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장 회장도 깜짝 놀랐다고. 인터넷 쇼핑을 하느라 쳐다보지도 않더라는 내용부터 회장이 도저히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변호사 사무실안의 위계질서가 얼마나 엄격한지 아느냐, 변호사회 심부름 온다면 아마 그 사무실의 궂은일 떠맡고 있는 사람이다. 변호사에, 의뢰인에, 사무실 선배들에 시달린 직원에게 변호사회에서만이라도 대우받고 위로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직원들을 설득했어요. 회장 취임 초에는 매일 출근해서 입구에 서서 회를 찾는 사람들을 응대했어요. 직원들에게 친절의 샘플을 보이고 싶었어요.”
이런 발상의 전환들이 여러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는 단 2표 차로 결선에서 승리한 돌풍의 주인공이다. 러닝메이트제인 지방회 선거에서 아무런 회무경험이 없는 부회장 둘을 내세웠다. 지체장애인 변호사와 개업 2년 차 여성 변호사로.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온 지난 겨울 그 두명의 부회장과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캠프에 참여한 변호사들 중 절반만 집행부로 들어오고 열린 집행부를 구성했다. 회무를 접해보지 않은 이사들이 많아 더 신선한 아이디어와 접근이 가능하다. ‘회원을 위한 신나고 보람 있는 헌신’중이란다.
경기중앙회의 역점 사업, 경기고법 유치를 이야기하자 장 변호사의 눈이 반짝였다.
“2017년 광교신도시로 수원지법, 지검이 이전합니다. 올해 안으로 설계변경에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 경기고법을 반대하는 단체나 개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예산 문제가 걸리는 거죠. 대법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좀 더 지역민의 염원과 의지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국회 법사위 소위에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 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심사 중에 있어 올해 안에 개정안 통과가 목표입니다. 제가 월요일 점심무렵과 퇴근무렵에 대법원 앞에서 일인시위, 삭발이라도 할 겁니다.”
회원을 위한 일이라면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어떻게 해야 문제가 풀리는지를 아는 노련함이 느껴졌다. 후배를 위해 빠져줄 타이밍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외유내강이라는 말은 이런 사람을 위한 말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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