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필자는 국민의 권익을 위해 밤을 낮삼아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대다수 판사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이 글은 일부 부적격 판사들과 관련된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늙으면 죽어야 해요”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교 나왔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 “XXX를 빨아줬든가 뭘 해준 게 있을 거 아니냐” 또다시 현직 판사의 ‘막말’ 파문으로 법조계 안팎이 시끄럽다.
판사들의 막말이 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일까? 판사가 법정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판사의 말은 사법부의 발언이자 그 자체로 재판이다. 따라서 판사의 성품, 언행,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판사가 재판 중에 고압적 태도로 다그치고 막말을 하거나 선입견을 드러낸다면 재판받는 당사자들 어느 누가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판결에 승복할 리 없고 사법부를 믿지 못할 것이다. 판사에게 재판이 일상사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 재판은 평생에 한두번이다. 결혼, 취업, 자녀출생, 부모님 장례식만큼이나 중요하고 민감하다. 국민의 권리구제와 분쟁해결의 보루인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다면 존재가치가 없다. 권리구제와 분쟁해결 대신 새로운 권리침해와 분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판사들의 막말 파문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서비스정신이 부족한 탓이다. 오늘날 정부는 국민의 편익을 위한 서비스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 법원 스스로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가장 높은 곳에 법대가 설치되어서일까. 아직도 당사자들 위에 군림하는 법정의 제왕 판사를 만나기도 한다.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권력은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속성이 있어 언제라도 오만과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은 반드시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법권은 입법권, 행정권과 함께 강력한 국가권력이고 법원과 판사는 사법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예산편성권,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권과 임명동의권, 탄핵, 심급제, 임기제 등 사법부 통제제도는 많지만 심급제와 임기제 정도가 판사에 대한 직접통제수단이다. 그러나 내부적 자기통제장치인 심급제도 1심 중심주의가 정착된 요즘에는 실효성이 없고, 임기제 역시 재임용심사의 형식화로 연임보장제로 변질된 지 오래다. 또 판결은 최종판단이므로 속성상 통제되지도 않는다. 결국 사실상 판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판사의 막말은 통제받지 않는 사법권 행사의 단면이다.
그러면 부적격 판사를 걸러낼 대책은 무엇인가? 바로 법관평가제다. 서울회가 2009년 1월 최초로 실시한 법관평가제는 직접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법관평가표에 따라 참여한 재판부의 판사들에 대해 평가한 후, 이를 취합하여 법관인사에 반영시켜 부적격 판사를 걸러내자는 제도이다. 이후 서울회는 ‘공정’ ‘품위·친절’ ‘직무능력’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상시 법관평가를 실시하고 매년 1월 우수법관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법정 분위기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관평가제는 실시간 법정을 모니터링하는 실질적·기능적 통제장치다. 변호사들은 재판부를 가장 많이 반복하여 접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변호사들은 자신이 접한 여러 판사들을 비교하여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고, 특별히 부적격하다거나 훌륭하다고 판단될 때 법관평가표를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여러 변호사들의 독립적 평가가 취합된 평가결과는 집단지성(集團知性)의 결과로 상당히 객관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법관평가제가 미완의 제도에 머물고 있는 것은 평가결과가 법관인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최근 법정 모니터링을 강조하면서도 유독 변호사들의 평가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변호사회가 나설 때다. 법관평가 결과, 부적격 판사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법관평가제의 도입취지가 부적격 판사를 걸러내는 것인 만큼 최소한 5년 또는 3년 이상 하위법관 명단에 오른 이름만이라도 당장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적격 판사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명예를 고려하고 법원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배려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오늘까지 법관평가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완강한 만큼 더 이상 법원의 변화만을 기다릴 수 없다.
아울러 대한변협도 지방회 단위로 실시되고 있는 법관평가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그 결과가 법관인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사법부를 비롯한 법조계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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