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늘은 내가 너에게 공보이사가 아닌 대한변협신문 편집인의 자격으로 편지를 쓴다. 우습지 않냐! 한 사람이 하루는 공보이사로, 하루는 편집인으로 살아야한다는 것이 말이다. 우습지만 내가 그렇게 임기 2년을 살아야할 것 같다. 월요일 대한변협 ‘상임이사회’에서는 공보이사로서 협회장의 부드러운 혀가 되어 협회의 홍보와 소통에 신경을 쓰다가 ‘주간으로 나오는 대한변협신문’ 최종 편집회의를 하는 금요일에는 너 같은 독자를 위하여 공정한 보도와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권력에 맞서는 언론인의 책임을 담당해야 하니 말이다. 어쩌겠냐 우리가 어릴 때 열심히 외었던 국민교육헌장의 명언처럼 ‘자신의 처지를 역진의 발판으로 삼아’ 박쥐로 살아야지. 그런 내가 오늘은 너에게 편집인의 편지를 쓰고, 간혹은 공보이사의 일기를 쓰면서 살아보련다. 물론 내가 너에게 ‘편집인의 편지’를 쓰는 횟수가 ‘공보이사의 일기’를 적는 횟수보다 줄어들수록 좋은 신문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왜 쓰냐고? 이건 정말 비밀인데 한편이 펑크가 나서 ‘나의 편지’가 지명대타로 투입된 것이다. 이참에 너에게 내가 만들게 될 이 신문 이야기 좀 하려고 한다.
협회장님은 법률신문보다 훌륭한 신문을 만들어 보라고 격려해 주시는데 우리 인력이 홍보과 직원 4명과 기자 출신 편집장 1명인데 법률신문은 정규 기자만 10명이 넘는다. 그런데 너 또 그것 아냐? 외부필진인 변호사들이 잘 도와주면 되는데 그 변호사들이 얼마나 글쓰기 싫어하는지?! 이 신문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은 왜 맨날 식상하게 그 인물이 그 인물인 사람들만 쓰냐고 하는데 좋은 필자 구하기가 정말로 하늘에서 별따기다. 그런데 또 이 판이 말은 참 많다. 써주지도 않으면서 비판은 많이 하고 그런 것이 이 동네의 현실이다. 내 편지를 읽고 너부터 좀 달라져 봐라. 모든 변호사들이 준비서면 쓰는 자세로 협회에 대하여 쓴 소리도 좀 하고, 재미난 글도 좀 투고하고, 재미없는 법조계에 비전, 남들이 말하는 그 꿈 좀 제시해 봐라. 물론 난 실망하지 않고 일단 내가 직선제 첫 협회장호의 첫 편집인이 되었으니 글의 맛과 힘을 가진 다양한 논객들을 좀 찾아보련다. 눈을 가늘게 뜨고 겸손하게 발로 뛰면 분명 재야와 재조의 숲 속에 숨어있는 말발이 센 검투사를 찾아 모실 수 있지않겠냐!
변호사 신문이라고 법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지 않냐? 그렇지 않아도 법조인들 별로 낙이 없는데 이 신문을 통해 좀 흥미롭고, 재미난 소일거리도 제공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음식칼럼’도 마련하고, ‘골프와 유머’ 이야기 칸도 만들었다. 먹고 운동하는 것만큼 사실 유익하고 재미난 것이 어디 있냐. 이 참에 신문편집위원들도 확 젊은 사람들로 뽑아보려고 한다. 무게감 있는 편집위원 모셨다가 ‘편집권의 독립’ 운운 하면서 나에게 대들면 삶이 피곤해지지 않겠냐! 물론 청출어람이라고 젊은 친구들이 지나고 나면 더 무섭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명색이 언론인이자, 편집인인데 새끼 호랑이를 키울 마음으로 변화를 모색해 보련다.
물론 재미만 추구하려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 별로 없는 보통변호사 위철환을 협회장으로 뽑아준 민초 보통변호사들의 열망과 바람이 허망한 시도가 되지 않도록 집행부의 공약 실천의지를 감시도 하고, 주요 공약에 대한 이론적 프레임을 제공하는 일도 좀 신경쓰려고 한다. 말하다 보니 점점 편집인이 아니라 공보이사의 본색이 드러난다. 하여튼, 너에게 집행부가 변했으니 신문의 변화를 좀 보여주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신문을 받아보는 네가 좀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좀 도와줘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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