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재판관 22일 퇴임하는데 후임선임 절차 진행 안돼…소장 공석도 장기화
임명권자, 국회 헌법인식이 문제…근본적 대안은 헌법개정해 민주적 정당성확보


송두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이 오는 22일로 다가오며 헌재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월 이강국 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공석이 된 헌법재판소장 자리에다 송두환 권한대행까지 퇴임하면 재판관 9명 중 2명이 비어 사실상 헌법재판소 기능의 마비가 초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아홉명의 재판관이 담당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업무량이 24년 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해 어느 한 사람이라도 결원이 생기면 타격이 적지 않은데다 헌법에서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헌법소원의 인용결정 등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2인의 공석은, 단지 2인의 공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헌법재판소의 주요사건들에 대한 심판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1명이 결원된 2월,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사건 수는 27건이다(기소유예·불기소 처분 취소사건 제외). 지난해 12월 선고된 47건에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제 소장을 포함해 두명의 재판관이 결원이 되면 주요 사건의 처리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이화여대 로스쿨 사건, 서울대 법인화 사건, 이동전화 식별번호 통합추진 위헌확인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변론을 이미 마치고도 선고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변론을 하지 않았지만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중요한 사건이 줄줄이 대기 중이고 집시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간통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이 1년 이상 헌재에서 잠자고 있다.

변협도 성명내고 우려
“법치주의 흔들린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에 대해 7일 성명서를 내고 “헌법에서 헌재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재판관의 구성과 관련, 국회, 대법원, 대통령이 삼분하여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 권한쟁의 심판, 탄핵, 정당해산 등과 관련된 중대 결정을 내리는 최종기관이기 때문”이라며 “헌법기관을 제대로 구성하지 않는 대통령과 국회의 직무유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더 이상의 헌법기관에 대한 모독과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당리당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헌법재판관의 공백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6년 8월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됐다가 장기간 공석사태가 발생했고 2011년 7월 퇴임한 조대현 재판관 후임으로 지명된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이 2012년 2월까지 이루어지지 않다가 끝내 동의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재판관이 공석인 채 8인체제로 운영됐고 그 여파로 임기만료된 재판관 5명의 후임이 한달동안 채워지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임기가 끝난 재판관을 후임 재판관 선출 시까지 임시로 재판에 임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현행 헌법 규정과 맞지 않아 헌법적합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예비재판관제도, 재판관 정수 확대 등으로 이런 사태를 막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제도 자체의 적정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최근엔 ‘임기만료나 정년 도래의 경우 후임자의 인사청문회 완료시기를 그 임기만료일이나 정년도래일 90일 전으로 정하자’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하열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권이 법치주의와 헌법재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며 “헌법기관 구성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로 적임자를 후보자로 지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제 때 임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 사퇴로 인한 재지명에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벌써 1달이 넘었고 송두환 재판관 후임자 임명을 위한 절차도 없다”며 “소장과 재판관 임명을 계속 늦춰 헌법기관을 무력화한다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는 대통령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 대안은 헌법을 개정해 헌법재판관 구성을 좀 더 다양화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도 정치적 계산으로 위상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3:3:3 방식 재고해야
인적구성 다양화

특히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3:3으로 삼분하여 헌법재판관을 지정하는 방식은 일견 황금분할처럼 보이지만 현재와 같은 사태를 불러온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판관 추천위원회를 거친 인사를 국회에서 선출하고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선출하는 방식 등 헌법을 개정하는 결단이 필요하고 임명권자와 국회가 헌법기관의 공전을 만드는 직무유기를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지지를 받고 있다.
김하열 교수는 “헌법재판소 구성원리의 중점을 민주주의적 요청에 두어야 하므로, 재판관 6명은 국회(재적과반수 3분의 2 혹은 5분의 3), 2명은 대통령, 1명을 대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황 한국공법학회 회장(성균관대 법전원 교수)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최고책임자가 신속히 임명되어야 기본권 보장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며 “차제에 근본적인 대안을 연구하고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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