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GM대우(현 한국GM), 이마트의 공통점은? 모두 ‘불법파견’ 문제로 연일 언론에 이름을 올리는 회사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 재상고심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 주었고, 지난 달 28일 불법파견혐의로 기소된 GM대우 대표와 협력업체 사업주에게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이마트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판촉사원 1978명을 불법파견 근로자로 보고,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그간 관행적으로 묵인해 오다시피 한 위장도급에 대하여 국가가 엄정한 법집행에 나선 것이다.
‘위장도급’은 말 그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사용 종속 관계를 사용자와 하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으로써 위장하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문제라 ‘불법파견’이라고도 한다. 왜 위장도급이 문제될까.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자는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는 반면, 수급사업자에 고용되어 일하는 근로자는 사용자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와 동일하거나 혹은 더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현저히 낮은 보수와 고용불안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위장도급을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으로 보는 이유다.
위장도급이 문제가 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 고용유연화 흐름을 타고 1998년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다. 동일한 근로자에 대해 고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9조가 정한 ‘중간착취 배제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 현행법은 파견 허용업종을 32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라인이나 유통업체 등 허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쓰는 사례가 빈번하다.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들은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과 파견법에 따라 사용기간 제한과 차별시정 등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사내하청 문제를 직접 규정하는 법률이 없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편법으로 사내하청 형태의 고용방식을 이용하고, 근로자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다.
위장도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경영계는 경기 침체기에 급격한 정규직 전환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가 ‘정규직 노동조합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정치’라는 논문에서 밝힌 것처럼, 타타대우상용차가 점진적 정규직 전환을 제도화해서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 노동력의 정규직화·내부화 전략을 통해 품질경쟁력 향상과 양질의 노동력 확보를 가능케 한 사례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용자들의 탈법적 위장도급의 가면을 벗길 정부와 사법부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대응조치도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GM대우 사건에서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파견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법해석을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GM대우의 근로자들이 처음 정부 측에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사법부의 늑장 대응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노동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고, 새누리당은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사내하청 등 간접 고용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에서 이들 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자는 박근혜 정부의 대책인 셈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사내하청을 합법화하는 법”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국가인권위도 “헌법의 직접고용의무 원칙에 반한다”며 보완하라는 의견을 냈다. 새 정부 하에서 노사정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쪽도 나눠 먹고 살았다”면서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정신을 되살려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자고 역설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온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서민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 첫걸음은 기업들이 위장도급의 가면을 벗고, 노동관계법령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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