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호의 조타수 윤 성 철 사무총장



회원과 의사소통 채널 고민, 아이디어 공모전·51개 위원회 개방해 참여유도
변협 신분증 카드 활용도 높이기, 회원관리 전산화, 알뜰한 재정관리 등도 이룰 것



거센 풍랑을 헤쳐나가야 하는 ‘위철환 호’가 공약실현의 조타수로 선택한 윤성철 대한변협 사무총장을 만나 변협의 앞으로 2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밀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제 실천에 들어간 윤 총장에게 최근의 이슈 ‘필요적 변호사 변론주의’를 최우선 공약으로 삼은 이유부터 물었다.
“공약이야 여러 가지가 있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겠습니다만 에너지, 힘을 고르게 골고루 쓸 현실적 여건이 안 될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죠. 현안의 시급성, 중대성, 집행부의 관점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변협의 입장을 정할 때는 특정단체나 부류, 계급에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전 계층, 전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겠죠.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는 변호사직역확대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송구조를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바꾸는 문제죠. 재판받을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책이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많은 변호사가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표할 만큼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000명씩 배출되던 법조인을 한해에 2500명을 배출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 국가와 사회에 대해 대책을 세우라고 했더니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라며 엄청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투명하게 법을 지키며 경영을 해야 장기적으로 경제적임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준법감시인제 도입을 주장하다 집중포화를 당했다. 그만큼 언론과 국민에 대한 설득이 먼저인 것이다. 우리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해봐야 마음에 와 닿지가 않을 것.
“실제로 당연히 이겨야 할 사건인데 억울하게 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이 있을 겁니다. 사안이 복잡한 민사합의 사건만이라도 변호사가 대리해 답답한 당사자의 마음을 대변해주어야 합니다. 제가 실제로 두달 전에 법정에서 목격한 일인데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당사자에게 판사가 차마 감정을 받아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답답하기는 하고 ‘감정은 안 하시나요?’라고 세번을 묻더군요. 당사자는 내가 억울한 건데 왜 내 돈 들여 감정을 받느냐는 거예요. 판사가 변론조서에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감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함’이라고 기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더군요. 결과야 뻔하지 않겠어요. 저도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가 단순한 일이 아니고 쉽게 관철될 수 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국회, 법사위에 대한 설득과 협조도 필요하고 행정부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계획을 짜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겁니다.”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가 실현되려면 가장 먼저 소송구조가 확대되어야 한다. 형사사건 중 일정한 기준 이상의 사건은 국가가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국선변호인제’처럼 민사합의사건에 ‘필요적 변호사변론주의’를 적용하려면 소송구조를 통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소송에 국가가 곧바로 지원해주기는 어려운 만큼 민간에서 소송구조에 나서야 한다는 것. 현재 소송구조는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이 주로 맡고 있다. 그런데 법률구조공단의 경우 과연 법무부 산하로 두는 것이 맞느냐는 원론적 비판도 많다. 국가가 죄를 묻기 위해 기소를 하고 변론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체제인 것도 고개가 갸웃거려질 뿐더러 개인 간의 권리분쟁에 국가가 어느 한쪽의 법률지원을 해주는 것도 맞지 않다는 것.
일본의 경우처럼 일본변호사연합회가 법률구조공단을 맡아 운영하는 것이 체제상 가장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자동차보험처럼 에이전트회사에 매월 돈을 내다 법률사건이 발생하면 변호사선임부터 수행까지 책임을 지는 에이전트제가 활성화되어 있더군요.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변호사법을 바꾸어야 해요. 여러 가지 제도의 개선이 전부 입법 활동과 연관이 있어요. 그래서 국회에 변협이 파견하는 변호사를 상주시키려고 합니다. 원만한 의사소통이 되려면 일단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니까요. 물론 연구보고서, 공청회, 포럼 등 모든 입법을 위한 사전작업들도 충실히 할 계획입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로비스트로 일했던 컨설턴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로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조건이 대의명분, 둘째가 서로의 신뢰관계, 세 번째가 타이밍이라고. 변협이 정말 관철시켜야 하는, 입법으로 결과를 맺어야 하는 일이라면 이 세가지를 잘 관철해야 할 것 같다. 정말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충분한 근거와 여론에 대한 주도, 그리고 입법담당자에 대한 설득.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 제47대 변협 집행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소통’이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통로, 협회와 회원들의 의사소통 채널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고 윤성철 총장이 털어놓았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건 ‘아이디어 공모전’이에요. 협회의 회무개선을 위한 회원들의 갖가지 아이디어를 듣고 채택되는 건 푸짐한 상금을 드리는 겁니다. 물론 참여만 하셔도 소정이 상품권을 드리고요. 변협의 51개의 위원회를 회원에 개방해 관심 있는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총장을 보고 있노라니 하루 종일 변협만 생각하는 사람 같다. 이런 열정을 2년 동안 유지하는 것이 관건일 터.
“아무도 협회에서 보내는 공문과 딱딱하고 건조한 말투의 이메일을 읽지 않아요. ‘변협통신’이나 ‘변협알림’이라는 제목으로 필수적인 것들을 소프트하게 담아 2주에 한번 정도 회원들에게 보낼 계획이에요. 그리고 대한변협 홈페이지를 들여다 볼 시간이 없는 다수 회원들을 위해 스마트폰에서 편리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생각입니다. 회원들의 기수, 연락처를 확인하도록만 해도 인기 있지 않을까요? 결혼 부음 같은 회원들 애경사도 바로바로 올려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요. 팩스로만 알리는 건 너무하잖아요. 월요일날 팩스 받고 연락했더니 금요일 저녁에 돌아가셔서 발인까지 다 끝난 후더군요. 휴대전화 연락망 정도는 구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회와 모처럼 원활한 협조가 가능한 때에 온라인 전산시스템을 공동개발해 두번 일하지 않고 어느 한쪽이 입력하면 공유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회원관리상 우리가 편리한 점도 있지만 회원에게도 이익이죠.”
윤성철 총장이 꼭 해야 된다고 하는 일의 기준은 회원에게 이익인가의 여부였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제47대 집행부의 조타수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눈치.
“아 그리고요, 협회 신분증 카드의 활성화방안을 찾아낼 겁니다. 현재 3000만원 정도 수익이 들어오는데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인 만큼 많은 회원이 가입하고 지출을 회원카드에 집중하면 회원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고 회비 이상 돌려줄 수 있어요. 변협 지출을 잘 따져 허투루 쓰는 일이 없도록 하나하나 다 따질 겁니다.”
계속 이어지는 계획들을 듣고 있는데 벌써 다음 일정을 재촉하는 직원들이 들어와 서 있다. 서둘러 마감하고 나오면서 앞으로 고달파질 2년을 예감했다. 그러나 달콤한 고달픔이 되지 않을까.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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