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013년 1월 21일 이강국 전 소장의 퇴임 이후 40여일 넘게 송두환 재판관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송 직무대행자마저도 3월 21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헌재의 변칙적 운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 8월에 전효숙 전 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하여 장기간 공석 사태를 초래했을 때만해도 국민은 그와 같은 헌재의 비정상적 운영이 일회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2012년 1월에는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여 상당 기간 8인 체제로 운영되었었고, 동년 8월에는 임기 만료된 재판관 5명의 후임이 한달 동안 채워지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하였다.

헌법에서 헌재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재판관의 구성과 관련하여 국회, 대법원, 대통령이 3분하여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 권한쟁의 심판, 탄핵, 정당해산 등과 관련된 중대 결정을 내리는 최종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헌재 사태로 인하여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 것은 물론이고, 국회와 정부의 헌법기관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제 와서 헌재소장이 임명되고 재판관이 임명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제도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3항에서는,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 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제4항에서는 ‘임기 중 재판관이 결원된 경우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문제는 위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고 국회나 정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청문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후보의 지명,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해지는 국회의 고무줄 청문회, 신속한 후속조치 결여라는 3박자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에 대한변협은, 법률에 규정된 바대로 헌법기관을 제대로 구성하지 않는 대통령과 국회의 직무유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더 이상 이와 같은 헌법기관에 대한 모독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당리당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의 기능이 신속하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 및 국민과 연대하여 법치주의 수호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벌일 것이다. 대한변협 본래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진정한 민주 정치가 대한민국에서 행해질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2013. 3. 7.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위 철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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