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처리대상’ 지정되면 법사위서 90일 이내 본회의 회부
18대 국회서 직역침해법안 10개 법사위 계류하다 폐기돼



박근혜 정부가 진용을 갖추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변호사들은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2기 졸업생들과 사법연수원 42기가 쏟아져 나오는 봄인데다 19대 국회가 활동을 시작하면 몰아칠 유사직역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변호사 직역을 침해하는 법안은 모두 10개였다.
현재 19대 국회에 상정된 직역침해 법안은 두개로 조세행정소송을 세무사가 단독대리 할 수 있도록 한 ‘세무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백재현 의원 대표발의)과 민간조사업을 신설하는 ‘경비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윤재옥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재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두개 법안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변리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등 법률유사직역 자격사단체에서 국회 로비를 통해 의원 입법 형식의 법안을 발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19대 국회 초반기에는 ‘규제개혁’이나 ‘민생 안정’ 등의 명목으로 자격제한 등을 풀어 민심을 얻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5월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의안자동상정제(국회법 제59조, 제59조의 2)’와 ‘안건신속처리제(국회법 제85조의 2)’가 도입된 것이다.
‘의안자동상정제’는 위원회에 회부된지 최소 45일,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의 경우 최소 35일이 지난 이후 최초로 개회하는 위원회 의사일정에 자동으로 상정되게 한 것이다.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는 경우는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건신속처리제’는 위원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하면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동의를 요구할 수 있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면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속처리대상안건은 위원회에서는 180일 이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 기간이 종료한 다음날에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에는 유사직역 단체들이 행정관청과의 협조, 로비 등으로 민사소송법이나 전체 법체계에 위배되더라도 자신들이 속한 국회 위원회는 쉽게 통과하고 법사위에서 오래 계류하다 자동폐기되는 수순을 밟아왔다. 이렇게 변호사의 직역을 침해하는 법안이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면 거의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국가의 자격제도 체계를 뒤흔드는 시도가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2월 8일개원한 임시국회에서도 2월 26일 하루에만 51건의 개정법률안이 통과됐고 3월 5일에는 13건의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 모두 64개의 법률을 개정했다. 법사위만 통과하면 본회의는 거의 자동통과하는 수준이다.

본회의에 상정되면
법안은 무사 통과

폭증하는 변호사수를 감당하려면 직역을 대폭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고유의 소송대리 직역마저 침탈당해서는 전체 변호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46대 집행부의 직역수호를 책임졌던 차철순 변호사직역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변협은 변호사의 직역만이 아닌 국가의 전반적 법질서를 수호할 책임이 있으며 국가의 자격제도를 흔들고 법질서를 왜곡하는 편법적 자격인정 시도를 절대 좌시해선 안 된다”며 “변협 집행부가 사활을 걸고 직역수호에 나서야 할 뿐더러 회원들의 관심과 성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성철 대한변협 사무총장은 “사안의 중대성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고 있다”며 “법질서 수호를 위해 소송수행을 함부로 나눠주면 안 된다는 점과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대국회 활동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신애 편집장 rawool32 @koreanb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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