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의 원인은 여러 가지…혈압약 바꾸면 생기기도
위식도역류로 생기는 기침, 먹고 바로 눕지 말아야


한기(寒氣)가 뒷심을 잃은걸 보니 겨울도 그럭저럭 다 지나갔나 보다. 아주 추울 때보다 오히려 이렇게 날씨가 풀어지려할 때 감기환자들이 훨씬 많다. 계절이 변하든 환경이 변하든, 변화는 일정정도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고 우리 몸은 거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만 한다.
긍정적인 변화는 활력이라는 반응을 내놓지만, 버거운 변화에는 몸은 면역력의 약화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게다가 봄이 다가온다는 건 알레르기 인자가 많아진다는 것 아닌가. 황사도 먼지도 꽃가루도 사방이 기침을 일으킬 것들이다.
한의학에서 어떤 계절에 병이 일어나는 것은 그전에 계절을 잘 못 지냈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겨울에 추위에 상하면 봄에 온역이 생긴다고 했는데 온역은 지금을 말하면 열성 전염병과 같은 질병이다. 위생환경이 좋아져 전염병은 아니겠지만, 슬슬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선두로 하여 열을 동반한 감기와 같은 질환들이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급성으로 오게 되는 상한(傷寒, 감기와 같은 상기도 질환)의 경우에는 기침이 심하더라도 대부분 3주 안에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이보다 더 오래 가는 경우에는 만성폐렴이나 기관지 질환을 의심하게 되는데 폐와 기관지의 문제도 아니면서 기침을 오랫동안 하는 경우도 있어서 잘 살펴보아야 한다.
주로 낮에는 그런대로 기침이 심하지 않은데 자려고 누우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코나 후두가 답답한 평소의 자각 증상이 있어서 이것이 후비루에 의해서 생긴 자극 때문에 생긴 기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냥 기침이 오래가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기침은 비염이나 부비동염으로 인해 생긴 염증이 콧구멍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후두로 넘어가 가래와 같은 이물감을 느끼면서 기침을 하게 되는데 누우면 그런 자극 때문에 기침이 심해진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잠잘 때 코로 숨을 못 쉬기 때문에 입을 벌리고 자고 입안과 입술이 건조해지기 쉽기 때문에 입술이 거칠어진다. 당연히 원인질환인 비염이나 부비동염을 치료해야 기침이 멎는다.
심장질환 혹은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환자가 이유 없이 기침이 생겨서 오래가면 혹시 먹고 있던 고혈압약이 바뀌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몇 해 전에 아버지가 기침을 오랫동안 하신 적이 있었다. 단순한 기침인줄 알고 가루로 된 진해거담제만 꽤 오랫동안 복용하신 모양이었다. 여러 가지 문진해보고 늘 혈압약을 처방받던 병원을 바꾸셨다는 걸 알고 전에 드시던 약을 다시 복용하시라 했고 그날로 기침이 멎으신 적이 있다. 이런 케이스가 임상에서 그렇게 드문 편은 아니다.
폐나 기관지 질환이 아니면서도 기침이 계속 되는 경우 중에 또 흔한 한가지는 위식도 역류에 의해서 생기는 기침이다. 역류하는 위액에 후두를 자극해서 생기는 기침인데 한의학에선 위해(胃咳) 혹은 식적수(食積嗽) 라고 한다. 이것은 위장에서 문제가 생겨서 또는 음식이 탈이 난 것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기침이다.
기침 외에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혹은 트림이 오고 신물이 넘어오고 속이 쓰린 증상을 동반한다면 위해(胃咳)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경우 물론 위장치료를 먼저 해야 하고 절대로 먹고서 바로 눕는 일을 피해야 한다. 위액 등이 식도로 역류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밤늦게 먹고 바로 누워 자기 때문이다. 보통 푸짐한 안주까지 곁들여 거나하게 한잔하고는 이것을 소화시킬 시간도 없이 잠에 골아 떨어지는 생활습관이 있다면 식도역류는 이미 예약한 상태로 봐야 한다. 음식이 위장을 벗어나는 3~4시간은 지난 다음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만약에 위의 원인이 아니면서도 기침이 호전되지 않고 3주 이상 지속되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가슴의 통증이 있거나 열이 나거나 호흡곤란 또는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즉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폐와 기관지의 질환은 일방적으로 진행한다. 한번 고장 나면 재생되는 장기가 아니므로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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