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독일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법학의 최고 고전의 하나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몇 년 전 변호사로서의 나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 일을 겪고 권리투쟁에 나설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이 책은 인격과 명예, 법감정과 자존심에 관계되는 것에는 반드시 소송을 하여야 한다고 부추겼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명언으로도 유명한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법의 목적은 평화지만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하면서, 권리자의 권리주장은 자신의 인격을 주장하는 일과 같으며 권리에 대한 투쟁은 자신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역설한다. 예링은 자신의 권리가 모욕적으로 무시당하고 짓밟힌 경우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를 벌레로 취급하는 자는 그가 짓밟힌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불평할 수 없다” 는 칸트의 말로 개탄한다.
예링은 “권리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정의의 여신은 한손에는 권리를 재는 저울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권리를 관철시키는 검을 쥐고 있다. 예링은 “저울이 없는 검은 적나라한 폭력에 지나지 않으며, 반대로 검이 없는 저울은 그야말로 무기력한 법일 뿐이다”라고 한다. 예링은 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개인의 권리주장은 이익이라고 하는 낮은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인격의 도덕적 자기 보존이라는 이상적 동기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법률의 권위와 존엄이 유지되는 이상적 이익과 거래생활의 질서가 보장되게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공동체 이익을 위한 정의의 이념이 실현되는 관점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권리가 유린되는 장면을 보면서 격분하거나 도덕적 분노를 느끼는 개인들은 진정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법이념의 윤리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한편 예링은 인격을 경시하지 아니한 다른 영역에서의 양보와 화해, 관용과 온유, 조정과 권리, 주장의 포기 등은 합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모든 사안에서의 소송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고 남용을 경계한다. 그리고 개인이 저지르는 불법 이외에 법이 불법을 저지르거나(법의 적용 내지 오판으로) 법으로 불법을 저지르는(악법으로) 폐해도 지적하고 있다. 이를 사법살인으로 표현하면서 “사법살인은 법률의 수호자와 파수꾼이 법률의 살인자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하면서 이는 법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라고 한다. 사법살인자는 곧 환자를 독살하는 의사이며, 피후견인을 교살하는 후견인과 같다고 한다.
예링은 이 책의 결론에서 법률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국민의 법감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이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되면 ‘법률을 위한 투쟁은 법률에 대한 투쟁’이 될 것이며, 법적인 지원이나 장려를 받지 못하고 법률부터 오히려 박해를 만나게 된다면 시민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고 법률의 토대를 떠나 자력구제의 방법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당한 법률과 나쁜 법제도들은 국민의 법감정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힘도 훼손하며 국민의 윤리적 정신적인 면에 가하는 파괴적 영향도 심각하다고 하면서, 국민의 법감정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건전성과 국민의 힘에 대한 보호와 같다며 그 중요성을 역설한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결국 정당성 있는 법률과 정의로운 사법제도가 그 뒷받침이 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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