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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서 열린 ‘돈세탁 방지…’ 로아시아 세미나를 다녀 와서
최병선 변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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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3.02.27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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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열린 국제 법률 세미나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국제적 변호사들의 모임인 아시아태평양지역법률가협회(LawAsia)가 네팔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것으로 법의 지배, 부패 방지, 돈세탁 방지, 사법 독립, 해외투자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네팔변호사협회는 여러 가지 주제 가운데 ‘돈세탁 방지에 대한 발표자를 한국 측에서 보내주면 좋겠다’고 대한변협에 요청해 왔고, 대한변협이 필자의 세미나 참석과 주제 발표를 지원해주기로 함에 따라 카트만두로 날아가 발표를 하게 되었다.
카트만두 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주 작은 지방 공항보다도 더 작을 정도로 소박한 모습이었다. 공항에서 세미나가 열린 호텔까지 이동하면서 바라본 수도 카트만두 시가지의 모습은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의 모습, 즉 1960년대 중반의 한국을 연상시켰다. 아직 포장된 도로도 많지 않았고 고층 건물도 거의 없었다.
발전소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기가 부족하다고 하던데, 실제로 이번 국제 행사가 열린 특급호텔에서조차 세미나 중간 중간 정전이 반복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자력발전 등 전기가 나름대로 여유가 있던 우리나라도 최근 ‘블랙아웃’ 등 전력난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전기를 더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팔 법조계는 물론 네팔 정부까지 이번에 열린 세미나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개회식에는 네팔 전역에 활동하는 250명이 넘는 변호사들은 물론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도 참석했다.
야다브 대통령은 개회식의 참석은 물론 따로 시간을 내 필자를 포함한 외국에서 온 발표자 및 로아시아 임원을 접견하는 시간을 내기도 했다.
필자는 첫날 오전 세미나의 두 번째 발표자였다. 오후에 속개된 세미나의 마지막 발표까지 마친 후 이날 하루 동안 발표한 내용에 대해 종합적으로 질문할 기회가 주어졌다.
네팔은 토요일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오후 늦게 세미나가 끝나는 시각까지 200명이 넘는 네팔 변호사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행사 마지막까지 경청하고 있다가 나름대로 유창한 영어로 발표자들에게 질문을 해댔다.
필자에게 주어진 질문은 돈세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를 공개하거나 관련 기관들 사이에서 정보를 공유하려는 공공적 목적과 개인 정보 보호라는 사적 목적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 그리고 정치인들의 돈세탁 행위를 방지하는 장치 등에 대한 것이었다.
2006년에 왕정 종식과 민주화를 선언하고 의원내각제 정부를 수립한 네팔이기는 하지만 아직 민주화의 역사가 길지 않은 탓인지 정치적인 불안정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불과 며칠 사이에도 정치적 폭력 사태가 발생할 만큼 불안정한 네팔의 인권상황 및 정치상황 등을 배경으로 한 질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네팔에서는 은행계좌를 개설할 때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의 국적까지도 기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을 보면 네팔 사회는 아직까지 인권 개념이 강하지 않은 듯하다.
특히 사법권 독립에 대한 질문 등 많은 변호사들로부터 열성적으로 쏟아지는 질문과 답변이 1시간 넘게 계속되자, 사회자는 다음의 일정을 위하여 억지로 질문 시간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튿날도 거의 비슷한 수의 변호사들이 참석해 오후 1시까지 계속된 세미나와 이어 열린 폐회식까지 자리를 꽉 채웠다.
네팔에는 이러한 국제행사가 많지 않을 것이고, 아직 경제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가 어려운 탓에 그같이 많은 변호사들이 이번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짐작됐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영어로만 진행되는 법률 관련 국제세미나가 열렸을 때 그 정도로 많은 한국 변호사들이 참석하여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해 보니 이들 네팔 변호사들의 열의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약간의 특이한 액센트는 귀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참석한 모든 변호사들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폐회식 때 네팔 측 주최 본부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외국의 발표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목에 두르는 스카프와 현지의 전통 술‘럭시’를 담아 마시는 주물 주전자를 하나씩 선물로 전달했다. 네팔변호사협회의 법률잡지도 1부 받았는데, 네팔의 문자를 모르는 필자에겐 그저 신기한 그림책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선물과 책자를 기념품으로 소중하게 보관하고자 한다.
필자의 발표는 우리나라의 제도를 외국의 제도들과 비교도 하면서 소개하는 것으로 그다지 심오한 내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지 변호사들로부터 필자와 대한변협에 대해 상당한 감사를 표했다.
이번의 세미나가 돈세탁 방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됐다는 점에 필자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시내의 간선도로를 느릿느릿 오가는 소들을 보면서, 또 누구나 볼 수 있는 시내 강변에서 슬프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망자를 화장(火葬)하여 보내는 장례 행사 모습을 보면서, 4만3000여 신들을 모셨다는 무수히 많은 사원들과 그곳에서 기도하는 네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번 세미나 참석이 힌두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된 듯하다.
앞으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런 세미나에 자주 참석해 우리의 법률지식과 시스템 그리고 그들의 법률적 관심사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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