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법무법인에서 실무실습을 할 때의 이야기다. 같이 실무실습을 하던 동기들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담당하신 변호사님이 강조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갖게 될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만한 직업입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씀을 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 미디어 매체에는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로스쿨 지원율 역대 최저’ ‘갈 곳 잃은 로스쿨’ ‘실업자 변호사 양산’ 심지어 미국의 로스쿨마저도 운영이 힘들어지는 마당에 과연 한국의 로스쿨, 그리고 그 로스쿨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천명의 변호사들을 소화할만한 사회적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게다가 사법고시조차도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젠 변호사가 공인중개사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낮춰보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일반 시민들의 가장 큰 재산인 부동산의 매매를 중개하는 직업에 대해서 누구도 얕보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 수가 늘어 그 사회적 가치가 떨어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직업 중 하나이며 수입 또한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법학전문대학원 제2기 졸업생의 취업률이 1기와는 달리 턱도 없이 떨어지고 TO자체도 급감하였다고 한다. - 심지어 어떤 언론사는 졸업과 동시에 실업이라는 자극적 타이틀을 쓰기도 했다고… - 이제 법학전문대학원 제3기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결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은 법을 통해 국가가 움직이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그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문장을 적용하고, 해석하고, 주장하는 것의 가치는 그 경제적 가치도 천문학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높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법조문 하나를 바꾸기 위해 머리 뜯어가며 싸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법조문의 문장에 ‘등’이 붙어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어떤 조문을 어디에 준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 때론 우리 사회 체제 전체를 흔들만큼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물론 법조삼륜이라고 불리우는 판사, 검사, 변호사 중 사회적 인식과 가치가 가장 떨어지는 직업이 바로 변호사일 것이다. 판사나 검사와 같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관’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그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법조 삼륜 중 판사와 검사는 할 수 없으나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묻는’ 역할이다. 어떤 행위를 어떤 법에 적용하여야 할 것인지, 어떤 법을 어떤 법조문에 준용해줘야 할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 주장하고, 설득하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역할은 오직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은 법에 의해 정해진 혹은 법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창설할 수도 있고, 권리를 없앨 수도 있으며, 전혀 새로운 권리에 대한 해석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변호사의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는 표현이지만 - ‘몸 값’을 만들어 내게 된다.
최근 어떤 신문의 기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로스쿨 통해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을 사회적으로 수용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변호사의 가치가 바닥을 친 것이 오래전이며, 로스쿨 자체의 경쟁력 또한 바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미국에서도 수천만불의 수익을 얻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생계유지조차 힘든 변호사도 있다. 어찌보면 이것은 변호사의 현재 혹은 미래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현재 혹은 미래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우리가 현재 로스쿨을 다니면서 혹은 졸업하면서 바라보는 변호사의 가치, 그리고 그 사회적 평가는 현재로서 극과 극을 달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단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의사, 회계사 등 소위 말하는 ‘사’짜 달린 직업 전반이 가진 위험이다.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종은 이젠 어디에도 없고, 변호사 역시 우리 사회의 한 직업으로서 그러한 사회적 변화에 의해 평가가 달라진 것이지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의 가치가 달라진 것은 결코 아닐 게다.
이제 졸업한 (혹은 졸업하는) 법학전문대학원 제2기 변호사님들은 물론이고, 현재 재학중인 모든 대학원생들까지 우리가 하려는 일이 사회적으로 존귀한 가치를 부여받은 일이고, 그것은 경제적 가치 또한 충분하며, 미래의 전망 또한 어둡지만은 않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