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에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는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었다. 2002년 7월, 김대중 정부가 ‘첫 여성 총리’로 장상 이화여대 총장을, 8월 매일경제신문 장대환 사장을 ‘50대 총리’로 깜짝 발탁했으나, 이들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도덕적 흠결로 ‘한방에 훅’ 갔고, 연이은 국회인준 실패로 김대중 정부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로부터 10여년,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 후보인 김용준 대통령인수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아 보기도 전에 부동산과 두 아들의 병역 문제로 낙마했다.
이에 여권은 ‘죄인심문’ ‘신상털기’ 식의 청문회를 고쳐야 한다면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고, 야권은 박 당선인의 ‘밀봉인사’와 ‘깜깜이 검증’이 문제라며 반격에 나섰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정권교체기마다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인사청문회의 태풍 속에서 합당한 국민의 공복을 맞이할 방안은 어떤 것일까?
인사청문회 제도란 의회가 주요 국가공직의 임명 전에 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적합성 등을 미리 검증할 목적으로 후보자를 의회에 출석시켜 질의하고 답변 등을 듣는 절차다. 이를 통해 의회는 업무수행능력 부족자나 부정부패 혐의자가 고위공직에 임용될 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대통령의 정무직 인사권을 견제하고, 청문과정의 공개 등을 통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런데, 현재 여당은 청문절차를 ‘업무능력 점검’과 ‘도덕성 검증’의 두 부분으로 나눠 업무능력 점검은 공개적으로 진행하되, 도덕성 검증은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인사청문회제도의 올바른 개선 방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인사청문회제도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그 시점과 방향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 제도개선이 필요한가? 한국법제연구원은 최근 ‘인사청문회제도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권건보, 김지훈 저)에서,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는 지나치게 청문기간이 짧고, 증인 불출석과 후보자의 허위 진술 등에 대한 제재가 미흡하며, 공직후보자의 직무적격성보다 도덕성에 대한 검증에 치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지나친 정파성을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사청문회의 선진국인 미국의 제도와 운영을 참고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통령 또는 당선자는 공직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5단계에 걸친 엄격한 사전검증 절차를 걸친 후, 하자 없는 인물로 밝혀진 경우에만 상원 인사청문회에 공직후보자 인준동의안을 제출한다. 그 과정에서 후보자는 253개부터 800개까지의 세부적인 항목에 걸친 개인정보 진술서와 함께 개인재산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연방수사국과 국세청은 2~8주에 걸친 검증을 하고, 그에 따른 보고서 등에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은 철저한 사전검증 때문에 상원이 각료에 대한 인준을 거부한 것은 미국 역사상 2% 미만이다.
인사청문회의 포커스는 공직후보자의 직무적격성에 맞추어져야 한다. 동시에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청렴성 확보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도식적으로 ‘업무능력 점검’은 공개하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식에는 회의적이다. 미국도 상원 의사 규칙 제26조에서 청문회 공개원칙을 규정하면서, 개인의 범죄나 부정행위를 추궁하거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명백하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등 6가지의 경우 공개회의에서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비공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할 만하다.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가 지속된다면, 어느 정부건 어떤 후보자건 인사청문회의 부메랑에 큰 상처를 입는 비극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가 공론화된 이번 기회에 개선하는 것이 ‘잠재적 여당’인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논의의 시기는 이번 정권 출범 이후 여·야가 조절하면 된다. 요컨데 인사청문회 제도 개혁의 핵심은 공직 후보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아니라 미국과 같은 사전 인사 검증 시스템 강화에 있다고 본다.


/최진녕 변호사·변협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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