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평범한 보통변호사로 진정 비주류임을 자처하는 위철한 변호사가 대한변협 협회장이 되더니, 이번에는 젊디 젊은 나승철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되었다. 나변호사의 경우는 나이만 젊을 뿐 이번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서 예상대로 당선이 된 것이다. 한국 날씨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더니, 변호사 단체 선거도 예전과 아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의 변협 선거 참여기를 추억하여 보는 계기가 되었다.
선거하면 역시 내가 스무살이 되던 즈음 처음 대한민국 선거에 참여하여 설레었던 기억이 어설프게 난다. 누구를 찍는 어떤 선거(총선, 대선)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선거권이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설렘인지 참정권을 행사하는 ‘선거’에 대한 가슴뜀인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변호사가 되어서는 그 첫경험의 설렘도 없었다. 로펌에서 변호사를 시작하여 정신이 없던 나로서는 변호사 단체장 선거가 2년에 한번씩 치러지는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내가 모시는 파트너변호사님이 힐튼호텔에서 밥이나 먹자하여 갔더니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였다. 당연 선배의 의견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했다. 기억을 되살려봐도 그날 점심으로 나온 양식세트의 내용은 생각나도 어느 분이 회장후보로 나왔고, 공약이 뭔지, 그분의 약력을 분명 읽어봤는데 생각도 나질 않는다.
로펌을 나와 개업을 해서는 몇 번 총회에 참석하여 선거를 했던 것 같다. 그때는 누구를 찍었느냐보다는 법원 앞 내 사무실을 찾아와 지지를 호소하는 그 많던 회장 후보 변호사들에 대한 짠한 마음이 더 기억에 선하다.
짠한 이유는 다들 화려한 경력의 선배변호사님들인데 ‘왜 저런 고생을 할까?’하는 의아함이었는데 좀 더 살아보니, 난 먹고살기에 급급한데 저분들은 생존의 문제를 ‘다 해결한 것일까?’ 라든지 ‘저런 열정이 어디에서 나올까?’ 라든지 하는 그 열정에 대한 부러움으로 변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선거자체에 대하여 방관자일 뿐이다. 스스로 분석하여 보면, 누가 회장이 되든 뭐가 달라지나…하는 철저한 무책임, 무관심,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하면 패배자의 마음이다.
그것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도 마찬가지다. 정치무관심인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살아보면 정말 정치는 그것이 변협차원이든, 국가차원이든 중요하고, 우리 삶에 의외로 큰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말이다.
그런데 변호사 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이번 대한변협 선거, 서울회 선거가 그 시작인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훌륭한 법조인 선배를 회장으로 모시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답답한 변호사 사회의 현안을 헤치고 나갈 진정 심부름꾼을 찾아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 같다. 상스러운 표현을 쓰면 돌격대장을 자처할 만한 변호사를 한번 밀어보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론 돌격대장이 나선다고 우리의 현안이 깨끗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현안도 해결 못하고, 변호사들의 평판이나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그래서 이번 선거결과에 못마땅하고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변화를 반긴다. 나 같은 수수방관파가 아닌 돌격대장파가 역사의 물꼬를 트기 때문이다. 나보다 한참 젊은 회장님, 나보다 훨씬 비주류의 협회장님이 큰일을 많이 해서 역시 나이, 학벌, 전직이 아니라 열정과 실력이 감투의 조건이라는 소리가 법조계 내부에서 흘러넘치기를 믿고 바라본다.


/박형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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