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새 회관을 마련해 지난달 26일자로 이전했다.
60년 변협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회관을 마련한 것은 우리나라 법조 역사의 한 획으로 기록될 것이다.
회관은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회원 단합의 구심점이며 화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회원들이 쉽게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개진하며 고충을 토로할 장소, 새내기 변호사가 선배들로부터 이런 저런 충고를 들을 수 있는 장소,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선배가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는 장소, ‘우리는 같은 일을 하는 한 식구로구나!’하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을 때 진정한 화합도 가능해진다.
대한변협은 새 회관으로 이전하면서 물리적인 기반을 확보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기반은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그런 고민으로 변호사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대 ‘우리의 다짐’을 만들어 선포했다.
엄혹한 군사독재시절, 온갖 협박과 회유에도 아랑곳없이 이 땅의 법과 정의를 위해 외치던 선배 변호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진력하겠다는 다짐이다. 국민권익을 위법·부당하게 침해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과 모든 사회·경제 단체의 행위와 정책·관행들을 국민의 편에서 감시·비판하고 이의 시정·개선을 위해 헌신할 것을 선언했다. 공공적 윤리를 세우고 이를 준수하며 공익을 위한 다양한 프로보노 활동에 앞장서며 국민 곁으로 다가가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이 시대는 법보다 돈이 앞선 시대다. 총칼로 하는 위협에는 단호한 저항이 가능했지만 서서히 가해지는 경제적 압박은 실체도 없고 정신을 갉아먹는데도 저항이 어렵다. 타협의 길이 그럴듯해 보이고 많은 이들이 가는 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적 압박이 심해진 이 시대의 변호사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좌표를 제시하는 ‘우리의 다짐’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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