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원회 구성, 지나치게 군인사 위주로 편성
조직·인력·예산 중요 사항은 위원장에 위임
필요적 보석 제외사유 등 손질 급한 규정은 방치

1. 머리말

지난 2012년 9월 4일 정부는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 한다)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첫째, 고등군사법원에 ‘군사법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고 군사법원의 재판관이 형종과 형량을 정할 때 그 양형기준을 존중하도록 하고 둘째, ‘군검찰관’이라는 명칭을 ‘군검사’로 바꾸며 셋째, 군검사, 군사법경찰관리 등으로 하여금 수사 등 직무집행시 필요한 경우 무기 및 장구를 휴대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 내용은 군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군수사업무의 적법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나름대로의 제도적 타당성과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법원 양형위원회에 관한 조문들은 그것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필적하는 기능을 수행하여 군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충족시키도록 하기에는 부적절하거나 부족한 요소가 많고, 수사를 위한 무기 휴대·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은 그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2. 군사법원 양형위원회 설치 및 양형기준 설정

개정안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에 설치하는 양형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5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에 관한 사항은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과 유사하게 15년 이상 판사, 검사, 군법무관, 변호사, 법학 교수 등의 직에 있던 사람 중에서 국방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하고 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
반면 양형위원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법관 1명, 법무부장관이 추천한 검사 1명, 각 군 참모총장이 추천한 군법무관 각 1명(도합 3명), 각 군 참모총장이 추천한 영관급 이상 장교 각 1명(도합 3명), 고등군사법원 소속 군판사 1명, 고등검찰부 소속 군검사 1명,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추천한 변호사 1명, ‘고등교육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대학의 법학 조교수 이상의 교수 2명,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법제 또는 송무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공무원 1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형위원의 자격 요건은 산만하고 복잡하기만 할 뿐, 사법기관에 대한 양형기준을 제시하는 법률기구로서의 양형위원회의 권위와 중요성에 비추어 너무 하향화되어 있고, 그 직역별 구성비율에 있어서도 군사법원 내부인사와 외부인사, 문민과 군(관) 사이의 불균형이 심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12인)은 법관 4인, 검사 2인, 변호사 2인, 법학 교수 2인, 그 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 2인이다. 현재 임명·위촉된 법관과 검사는 현직 서울고등법원장, 서울고등검찰청장을 비롯하여 모두 고등법원 부장판사, 검사장 이상이고, 변호사, 교수 등도 그에 필적하는 전문성과 경륜을 가진 분들이다. 법원 내부인사와 외부인사, 민·관(재조) 구성 비율에 있어서도 각 4:9, 7:6(위원장 포함)으로 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균형과 전체적 조화를 신중하고도 치밀하게 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개정안에 의하면 군사법원 양형위원(위원장 제외)의 민·군(관) 구성비율은 3:11로서 지나치게 군(관) 위주로 편성되어 있으며, 14인의 양형위원중 재판업무에 종사하는 군판사는 단 한 사람에 불과하다. 거기에 더하여, 육·해·공군 소속 군법무관 3인과 일반 영관급 이상 장교 3인으로 하여금 양형위원으로 참여하게 하고 특히 그 군법무관 3인중 한 사람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여 사실상 양형위원회 업무 전반을 주관하게 하는 발상은, 군사법제도의 특수성과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사법적이거나 반사법적이라 할 것이다. 군사법원 양형위원회의 권위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그 양형기준의 규범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고등군사법원장과 육·해·공군 군사법원장 및 육·해·공군 참모차장(將官級 將校)을 비상근 양형위원으로 임명하고 고등군사법원 군판사를 상임위원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형기준의 효력과 관련하여 개정안 제35조의 7은 법원조직법의 양형기준의 효력에 관한 제81조의 7 제1항의 본문만을 채택하여, “재판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하고 준수하여야 하지만, 그에 기속되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는 군사법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마땅히 법원조직법 제81조의 7 제1항의 단서와 마찬가지로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라고 분명히 함께 규정하여야 한다.
그밖에, 군사법원 양형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운영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률에 그 근거조문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개정안은 제35조의 10(위임규정)에서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한 중요사항을 위원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형식과 국가업무체계상 맞지 않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 9, 제81조의 12와 유사하게, 사무기구 내지 운영지원단을 두는 근거규정과 함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위임규정을 법률에 두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군사법원 양형위원회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국민과 국회에 대한 보고의무를 다하는 차원에서, 연간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3. 직명 변경 및 수사상 무기 휴대ㆍ사용의 허용 여부

‘검찰관’이라는 용어를 ‘군검사’로 변경하는 방안은 군판사, 일반 검사의 직명 및 직무와의 균형성과 일관성 확보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군사법경찰관 등 군수사업무 종사자로 하여금 강력범 체포 등 필요한 경우 경찰장구 및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 역시 일응 타당하다고 보여지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나 부작용이 없도록 더욱 엄격한 제한규정을 둘 필요가 있고, 군검찰수사관과 군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직무상 상관으로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군검사에게까지 무기휴대와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여진다.

4. 첨언 - 조속한 법률 정비의 촉구

정작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입법사항은, 형사소송법을 적용받는 일반 피고인(피의자)과 비교하여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군사재판의 피고인(피의자)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현행 군사법원법의 독소조항을 정비하고,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 내용을 도입하며, 위헌결정되어 효력을 상실한 형사소송법 규정과 동일한 내용의 군사법원법 규정을 삭제하는 일이다.
예컨대, “피고사건(해당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 수색할 수 있고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 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게” 하며 공소제기전 압수물 환부, 가환부 등을 규정함으로써 피고인과 피의자의 방어권과 절차적 기본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는 중요한 규정들이 2011년 7월 18일 형사소송법에 도입되어 2012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고(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09조, 제215조 등), 201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법원의 구속집행정지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규정(형사소송법 제101조 제3항)이 실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법원법은 이와 관련된 기존의 규정들을 모두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과 달리 장기 10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필요적 보석의 제외사유로 삼고 있는 현행 군사법원법 제135조 제1호가 지금까지 수십년간 유지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군사법원법의 위헌적 규정에 대한 주기적인 정비를 통하여 장병의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와 평등권을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 그러한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정부의 출범을 목전에 둔 현재까지도 필요한 법률개정안 마련에 무관심한 정부(국방부)의 안일한 태도에 심히 유감이다. 국민의 인권보장에 직결되는 이러한 법률과 제도의 문제점을 이토록 계속 방치하는 이유와 저의가 궁금하고, 결국 실효성도, 합당한 권위도 없는 양형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직명 변경 정도의 불요불급한 내용을 담은 금번 개정안은 참으로 한가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면밀하고 신속한 법률정비를 간절히 촉구하며 글을 마친다.



/최재석 변호사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