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학기가 되어 긴 산고 끝에 탄생한 법학전문대학원이 신입생을 받았고, 그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변호사시험이 2012년 1월에 시행되었다.
시험에 의해 법조인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제도는,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 광종 때 처음 실시되어 조선시대까지 오랜 역사를 통해 시행된 과거제도와 연결된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생성된, 사법시험 소위 고시합격자의 과도한 특권의식은 사법제도 전반에 짙은 두께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또 그 시험 자체가 지독한 암기 위주의 학습을 전제하였고, 단칼 승부에 의해 젊은 청년들의 인생을 극단적으로 갈라버렸다. 합격자 수를 늘리고 사법연수원에서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으로 사법시험 체제의 개선을 꾸준히 꾀하였으나, 그 결함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벽이었다.
임시적 미봉책으로 때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사법시험체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학교육과 법조인 배출이 사법개혁의 주된 내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2년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 이르기까지 15년간 계속된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거치며, 격렬한 찬반양론 속에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이미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이 대량으로 배출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 로스쿨 체제가 지금 여러 군데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로스쿨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제도가 사회적 지위상승을 돕는 사다리를 또 하나 걷어차 버렸다는 것일 게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사다리였음에도 말이다. 가난한 집 자식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고시에 합격하여 훌륭한 법조인이 되었다는 전설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남지 않을 것이다. 한 학기 등록금이 1000만원을 훌쩍 넘고, 또 지방 로스쿨 출신들의 취업을 저해하는 변호사시험성적 비공개제 따위가 그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그리고 로스쿨 출신들이 실무에 임하여 발휘하는 능력이 많은 법률수요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로스쿨은 원래 미국의 법학교육제도이다. 그런데 한국의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영미법체계가 아니라 개념법학을 그 주된 도구로 하는 대륙법체계이다. 이로 말미암아 법학전문대학원 3년 교육과정은 너무나 빡빡하게 운용된다. 교육에 의해 순탄한 과정으로 법조인을 양성하고자 하는 로스쿨 원래의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론과 실무 양자에 걸쳐 3년이라는 단기간에 거쳐야 하는 엄청난 학습량을 보면, 머리를 흔들 수밖에 없다. 과거와 별 차이 없는 암기식 학습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실무의 기법까지 익혀야만 하는 현실이 학생들의 기운을 탈진케 한다. 암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우리도 유럽의 몇 나라처럼, 변호사시험에서 공부하던 책을 펴놓고 시험을 치르게 하는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로스쿨에 따라 학생들의 적절한 수업을 저해하는 환경이 적지 않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교과과정의 불균형이다. 혹자는 대학의 자율적인 풍토를 존중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 첫걸음이라고 하나, 우리가 이 점에서 좀 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는 의사결정주체인 교수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우선이고, 그 타협에 의해 마련되는 학사행정은 학생들의 권익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학습의 능률과 효과면에서 보면, 일관된 조직을 갖춘 사법연수원의 교육이 훨씬 탁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곳에서의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검토한 뒤 법무부나 교육부 등 권위를 갖춘 기관이 마련한 표준교과과정을 토대로 하여 각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짜게 한다면, 로스쿨 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가 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새로운 정부가 이제 들어선다.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 새 정부가 그동안의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그래서 그 일환으로 법학교육의 구조를 다시 짜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주기를 고대한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시대의 앞날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는 정책을 기다린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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