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 설정비용부담에 관한 선택식 약관은
은행이 부담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기계적 형식적 선택권 부여하는 불공적 약관

Ⅰ. 문제의 소재
금융기관과 고객 사이에 대출에 따른 담보의 근저당권설정비용 부담에 관하여 선택식으로 되어 있는 종전 표준약관(2003. 3. 1.시행)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2008. 1. 30. 개정 표준약관 사용권장 등에 대한 행정소송에 관하여 2010. 10. 14. 선고 대법원 2008두23184 판결이 내려진 이래 고객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근저당권설정비용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송이 집단화하여 잇따르고 있고, 이를 긍정하는 하급심판결과 반대로 부정하는 하급심판결들이 각 선고되었고 다른 1심 소송도 계속 중이어서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Ⅱ.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 주체
1. 대출과 근저당권설정비용
가. 대출관련비용의 범위
대출관련비용에는 담보권 설정 비용, 담보 목적물 평가 비용, 담보 목적물에 대한 보험 비용은 물론 담보권자의 법률 비용이 있고, 담보권인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하여서는 인지세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이 있다. 그 외 근저당권과 관련하여 채무변제와 관련하여 변제비용으로서 근저당권말소비용이 있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근저당권을 행사하는 경우의 근저당권실행비용이 있다.

나. 근저당권설정비용
근저당권설정비용에는 등기에 드는 국민주택채권매입비, 등록세, 교육세, 등기신청수수료 및 법무사수수료와 근저당물건의 조사 또는 감정평가 수수료 등이 있다.

2. 학설과 판례
가. 학 설
근저당권설정비용에 관하여 채무자가 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로 나누어지는데, 대체로 전자가 다수설로 보인다. 다수설의 논거는 영리를 목적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요청에 의하여 대출을 하는 경우 이에 관련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이에 반하여 근저당권 설정은 채권의 법정과실로 수익을 취하는 채권자가 이를 담보하기 위해 담보권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그 담보와 관련한 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 소수설의 논거이다.

나. 판 례
판례는 근저당권설정비용과 관련하여 “근저당권설정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부담함이 거래상 원칙”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1962. 2. 15. 선고 4294민상291 판결과, 양도담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담보권자가 담보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은 특약이 없는 한 담보권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435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다257 판결, 대법원 1972. 1. 31. 선고 71다2539 판결 등이 있다.

Ⅲ. 선택식 약관의 법적 의미와 효력
1. 개별 약정 여부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하급심 판결들이 외형상의 선택권 부여를 중시하여 이를 약관이 아니고 개별 약정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은행과 고객의 거래상 지위, 실제 적용 실태나 거래의 현실 등에 비추어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여전히 기계적·형식적 선택권 부여 내용의 약관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위 판결들의 판단은 약관의 계약 편입에 대한 통제로서의 사업자의 약관 명시·설명의무(법 3조 ②항 본문, ③항 본문)와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법 제4조)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반대 방향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사건 선택식 내용의 약관을 약관이 아닌 개별 약정으로 보기 위해서는 고객의 선택이 당해 대출에 관하여 자신의 비용부담 거부에 연계한 가산이자의 추가나 중도상환수수료 불면제의 불이익에 대하여 정확히 충분히 설명된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할 것이다.
수익자부담의 주장과 관련하여 후술하는 바와 같이 고객이 위와 같은 정도의 전제에서 당해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고객의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은 약관에 의하여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개별 약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약관 규제의 필요성은 계약체결의 자유만 인정되고 계약내용결정의 자유가 박탈되는 것을 방지하여 계약공정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 약관의 부정적 기능으로서 불공정성뿐만 아니라 사실상 구속성이 논의되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 당해 선택식 약관의 효력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한 이 사건 약관조항은 개별 약정이 아니고 약관규제법상의 약관으로서 약관규제법 6조 ①항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약관규제법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으로 법률상 추정되는 것으로서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규정하고 있고(법 6조 ②항ⅰ), 또 그러한 불공정성의 추정에 있어 불공정성 판단의 기준으로서 부당한 불이익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비해 그 요건이 완화되어 당사자의 궁박·경솔 또는 무경험의 주관적 요건이나 현저하게 공정을 잃는 이익불균형의 객관적 요건도 요구하지 않는다. 즉 이사건 약관조항은 금융기관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선택식이라는 형식으로 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근저당권설정비용을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사실상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것이다.
구 약관규제법 제19조의 2 제3항에 관한 종전 대법원판결이 관련 행정사건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개정 표준약관의 사용권장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일 뿐 표준약관의 효력에 대한 것이 아님은 소송물 이론상 당연한 것이지만(위 대법원판결은 이사건 근저당권설정비용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뿐만 아니라 인지세에 관한 대출거래약정서·여신거래약정서와 비용채당에 대한 지연배상금 및 담보목적물의 조사·추심·처분에 관한 비용의 채무자 부담에 관한 여신거래기본약관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 위 법조항이 약관의 효력에 관한 같은 법 제6조와는 그 문언의 형식, 조항의 취지, 법적 효과, 심사기준 등이 구별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약관조항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한 불공정한 약관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나 ‘공정을 잃은 약관 조항’의 법규 문언에 대하여 문리적인 해석에 다소 치우친 나머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약관규제법의 법리와 위 대법원판결의 주요 판지를 오해한 것이라 하겠다.
즉 대법원에 의하여 최종 확정된 환송 후 원심판결의 요지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은행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대출관련 부대비용 중 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까지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사실상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위 판결들은 불공정한 약관에 대한 직접적·추상적·행정적 규제뿐만 아니라 사법적 규제까지 무시하는 우를 범하여 자칫 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고객이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에서 혜택을 보게 되므로 고객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금융기관이 이득을 취한 것은 아니므로 이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상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하급심판결의 판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주장은 오히려 그 자체로서 이 사건 선택권 부여 방식의 약관이 개별 약정이 아니라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대출 관련 부대비용 중 금융기관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실상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역설적으로 말하면 위와 같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의해 당해 대출금리가 결정됨을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근정당권설정 계약시 상세히 설명하였어야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구체적인 대출금리에 관한 합의는 일정한 금리지표에 고객별로 위와 같은 대출관련 부대비용의 부담주체 외에도 대출금액, 채무자의 신용, 거래실적, 담보비율 등을 반영한 일정 비율을 가감하는 형태로 체결되는데,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한 고객과 사이에 위와 같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른 근저당설정 비용부담의 개별 약정이나 이에 바탕한 당해 대출금리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금융기관은 단순히 선택식 양식의 형식적인 약관의 존재와 내용을 피상적으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막연한 가산이자의 부담과 중도상환수수료 불면제의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가산금리가 아니라 원래의 대출이자를 낮추어 준 것이라는 금융기관의 주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문제의 핵심은 원래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인 것이지 그 주체에 따른 대출이자의 가감 여부가 아닌 것이다.

Ⅳ. 결 론
결론적으로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에 관한 당해 선택식 약관은 은행과 고객의 거래상 지위, 실제 적용 실태나 거래의 현실 등에 비추어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여전히 기계적·형식적 선택권 부여 내용의 약관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은행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대출관련 부대비용 중 은행이 부담하여야 할 비용까지 고객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거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 등으로 사실상 이를 고객에게 전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조항이라고 하겠다.


-장재형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aw-chang@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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