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법률가가 온다.’ 필자가 속해 있는 기독법률가 단체의 모토이다. 이것은 또한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새로운 법률가가 어떤 법률가를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출신 새로운 법률가 하면 가장 먼저 다양한 배경의 법률가가 떠오른다. 사법고시만 준비해온 법대생들이 갖기 힘들었던 다양한 경력과 경험들은 분명 새로운 법률가들의 차별점이자 이점이다. 실제로 필자가 다니는 동아대학교 로스쿨에도 외국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고 비법대생들의 전공도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로스쿨생이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양한 배경만을 새로운 법률가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법대 출신 로스쿨생들은 새로운 법률가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동시에 그들은 사법연수원 출신도 아니어서 기존의 법률가 영역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다. 그러니 새로운 법률가의 정의는 다양한 배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법률가란 무엇인가. 동아대학교 로스쿨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모 학우가 입학 후 ‘상생하고 상승하는 동아로스쿨’을 모토로 4기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다. 법대생들과 비법대생들을 섞어 사법고시 유경험자들을 스터디장으로 추천했고, 추천된 학우들 중 다수는 대가 없이 수락했다. 물론 모든 스터디가 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비법대생인 필자는 잘 조직된 스터디그룹에 속해 공짜로 과외를 받은 입장이어서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던 그 학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시험기간에 몇몇 ‘가진 자들’ 사이에서만 돌던 족보를 개인의 노력으로 다 모아 모든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물론 엇갈리지만 우리는 그 학우가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 상생과 상승이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거기에 진짜 새로운 법률가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생들은 ‘공동체 속에서’ 공부한다. 바로 이 점이 기존 법률가들과 다른 출발점이다. 물론 요즘은 사법고시 준비생들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흐름이긴 하나 그것과는 다른 점이 있다. ‘공부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공부하는 ‘공동체’란 점이 그렇다. 즉 나의 공부를 위해 그룹 스터디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라는 작업을 통해 공동체 속 일원으로 자라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물론 필자도 로스쿨이라는 장(場) 안의 경주마로서 학점 경쟁이라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내 경쟁이라는 무거운 공기를 상생의 기운으로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우들이 있기에 상생하고 상승하는 공동체는 로스쿨 내에서 분명 자라나고 있다고 확신한다.
‘새로운 것’은 이전 것보다 더 ‘좋아야’한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법률가가 어떤 점에서 더 좋은가. 필자는 재작년 모 신문사에서 잠시 인턴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특종을 내지 않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기자의 덕목은 누구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수습기자로 채용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다니던 때 선배기자가 그런 조언을 했다. 선배들이 평가하는 것은 얼마나 튀느냐보다 동료들, 선배들과 얼마나 협동할 수 있느냐 라고. 법조영역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법조인들 많다. 그러나 계속 전문화, 다양화, 분업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모든 분야에 다 전문가가 될 수는 없고,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제대로 뭉친 공동체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혼자 얼마나 잘났느냐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갖지 못한 동료들의 역량을 얼마나 잘 버무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이다. 이것은 법조영역뿐 아니라 모든 사회 영역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스쿨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졌든 가지지 못했든 그들 모두는 새로운 법률가이다. 로스쿨이라는 장 안에서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동하여 상생하고 상승하는 법을 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아대학교 로스쿨의 1기 졸업생 중 한명은 교수님께 취업확정통보를 받고도 그 자리를 다른 학우에게 양보했다. 다른 학우의 어려운 집안 사정을 알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상생과 상승의 가치를 아는 이 학우가 바로 우리 사회가 바라는 새로운 법률가라고 확신한다.

곽새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toff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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