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때아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성격 논쟁이 대두되고 있다. 어떤 언론은 이번 협회장 선거가 이익단체와 공익단체의 기로에 선 변협의 성격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하고, 어떤 언론은 변협의 성격이 이미 인권단체에서 이익단체로 바뀌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매체는 이미 공익성을 상실한 변협은 회원에 대한 징계권과 회계·감사권까지도 법무부 등 외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보는 주된 이유는 이번 선거에서 협회장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이 변협의 공익성을 담보하기보다는 변호사 직역 이기주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 등 직역확대 노력 등이 직역 이기주의로 비춰진다는 외부의 비판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또한 변협이 국민의 기대만큼 자구·자정능력을 다하였는지, 공익적 기능 수행을 위하여 최대한의 헌신을 하였는지에 관하여도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변협의 징계권과 회계·감사권을 법무부 등 외부에 넘겨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의 공익성과 자율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시대적 관념에서 나온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원칙적으로 변호사와 변호사제도는 국민의 것이며 국민의 편에 서있는 공공기관이다. 변호사에게는 법원과 검찰,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과 협력을 통하여 법치주의를 실현하여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있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서 피통치자의 편에 서서 때로는 부당한 권력행사에 맞선 항쟁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당한 법집행의 충고자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단체는 그러한 변호사의 사명과 업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국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와 맞서야 할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가 그 국가권력의 감독 하에 놓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다. 그러한 제도 아래에서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변호사 및 변호사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과 회계·감사권은 변호사와 변호사단체의 자율성 보장의 상징적 척도이다. 징계권을 법무부가 가지도록 하자는 주장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1993년 이전의 권위주의적 정부시대로 거꾸로 돌리자는 것이다. 부당한 권력행사에 맞서는 변호사들은 징계권을 가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미운 털’이 박힌 변호사들을 징계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자행되었던 정치적 동기에 의한 숱한 징계사례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법무부가 변협에 대하여 현행의 일반적 감독권 외에 회계·감사권까지 가지게 될 경우 변협이 법무부 소속의 일개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작금의 변협의 성격에 관한 논란은 충분히 이해된다. 변협이 변호사들의 생존까지 챙겨야 하는 시대적 현상에서 비롯된 변협의 이익단체적인 성격의 가미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변협의 공익적 기능은 제도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변협이 그 소속회원인 변호사의 생존과 품위유지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단순한 이익단체로 전락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변협의 공익적 기능 수행이 부진하다고 해서 변호사징계권이나 회계·감사권을 법무부 등 외부기관이 가져야 한다는 발상은 사법의 민주화에 역행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므로 마땅히 배척되어야 한다.

정태원 변호사·변협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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