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필진이 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민규라고 합니다. 바빴지만 서툴렀던 1학년 생활이 끝나고 현재는 2학년에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로스쿨생의 소소한 고민, 아직도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실지 모를 로스쿨생의 하루하루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최대한 재미있게 전해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을 하다가 첫 번째 주제는 연애라는 가벼운 이야기로 정해보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두 손, 두 발이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있는 로스쿨생 역시 많이 외롭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배님들께서도 사법고시나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당시를 떠올리시면 분명 많은 감정들이 떠오르실 텐데,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그 중 하나였으리라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수험생의 외로움이라는 것이 옆에서 응원해주고 미소지어줄 짝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목표를 향한 자신만의 외로운 싸움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전자인 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혹자는 로스쿨생을 군복무 중인 단기 장교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일과시간이 끝나면, 혹은 주말이 되면 부대를 떠나 자유롭게 영외로 나갈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 이내에 부대로 복귀해야만 합니다. 다시 복귀할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 친구와 마시는 술 한잔이 그리 달지도 않습니다.
로스쿨생 역시 오늘 하루 짝과 데이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겁습니다. 오늘 못한 복습과 예습은 고스란히 내일 할 일로 쌓이게 되는데 그 하루치 공부량이라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학기 중 주어진 시간에 비해 소화해야할 학습량이 비대칭적으로 많은 로스쿨의 커리큘럼 상 학기 내에 기본서 1회독 해내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로스쿨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주위에 많은 연인들이 헤어졌습니다. 로스쿨생은 바쁜 일정 속에서 자신이 시간을 내어 상대방을 ‘만나준다’라고 은연 중 생각을 하게 되고, 상대방은 이러한 상황에 당황스러워 합니다. 그렇게 바쁘냐고,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물론 시간을 낼 수는 있지만 그런 만큼 나를 갉아먹게 된다고, 점점 관계가 부담스러워진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안합니다. 기다림을 강요해야 하는 이 상황이 미안하고, 결혼은 졸업 후에나 할 수 있는 현실이 미안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도서관에 앉아 공부를 하려니 힘에 부칠 때도 많고 부쩍 외로워집니다.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내 편을 찾고 싶고 응원을 받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데이트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도서관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싶고, 공강시간에 누군가와 문자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 학생일지언정 다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기에 어서 빨리 내 짝을 찾아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에 빼꼼 몸을 내밀긴 했지만 여전히 학생신분이며 또 그 본질은 고시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로스쿨생은 이렇듯 연애를 하고 싶으나 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때문인지 로스쿨에는 캠퍼스커플이 비교적 많습니다. 서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같이 공부하며 연애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인간의 일상어가 수업의 예습·복습인 캠퍼스커플들의 모습은 실제로 많은 학생들의 부러움을 삽니다.
그렇지만 로스쿨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3년간 좁은 도서관과 강의실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어야 하기에 그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동기들, 선후배들 심지어 교수님들까지 다 아는 공식 연인이 되기에 많은 관심이 오히려 적잖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여 나중에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학교생활이 매우 불편해질 것임은 분명합니다. 학교 내에서의 연애를 총알이 한 발만 들어있는 총을 쏘는 것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한번 그 총을 쏘게 되어 목표에 적중하면 졸업할 때까진 자신과 또 학교의 평화를 위해 그 둘은 행복해야만 합니다.
뜨거운 청춘들이 많이 모여 있는 로스쿨에서 연애문제는 일상의 화두입니다. 이번 학기 학점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짝이 없어 너무나 외롭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동기가 있고, 학점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짝과 데이트하느라 공부를 못해서라고 말하는 동기가 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현명하게 연애를 잘한다면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지만, 연애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자칫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외로움이 삭풍처럼 몸을 스치는 본격적인 겨울입니다. 로스쿨생에게 겨울방학은 한 학기간 혹사시킨 심신을 추스르는 휴식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중요한 학업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로스쿨생들이 외로움에 현명히 대처하여 따뜻하고 또 치열한 겨울을 보내길 바랍니다.
박민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mk9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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