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사법시험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집행 예정 시기는 다가오는 2018년.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통해 총 500명의 법조인을 선발하고, 2018년부터는 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을 통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로스쿨이 이른바 ‘돈 스쿨’ 내지 ‘현대판 음서제도’로 불리면서 사회적·경제적 소외 계층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는 만리장성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오는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이 737만원인데, 사립대 로스쿨 연평균 등록금은 2075만원(연세대 2661만원으로 최고)으로 학부의 거의 3배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로스쿨을 통해 남성이 법조인이 되려면 학부 4년, 군대 2년, 로스쿨 3년 등 총 9년. 거기에 어학연수 등 각종 스펙 쌓기에 1~2년을 더하면 적어도 10~11년이 걸리므로, 30대 초반까지 경제적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민층에게 로스쿨은 언감생심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맹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변호사 예비시험제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5조를 개정하여 로스쿨을 졸업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충분한 법학 전문 지식을 갖추어 변호사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그에게도 로스쿨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로스쿨 관계자들은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로스쿨 제도 자체가 실패할 수 있으므로, 취약계층 특별전형이나 장학금 제도를 보강하는 방법으로 공정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모 신문 기사에 따르면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경제적 약자 계층에 대한 장학금을 지급하고자 해도 받을 대상자가 없다고 한다. 이는 서민층의 로스쿨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예비시험 찬성자는 신규 법조인 중 예비 시험을 통하여 20% 내외의 변호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에, 이 제도가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큰 줄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법무부는 구랍 10일 해외 각국의 예비시험 제도 등 ‘각국의 변호사 자격 취득절차에 관한 연구 - 예외적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부여 사례’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연구내용은 법과대학 및 로스쿨 등 정규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예외적으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각국의 변호사자격 취득절차를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예비시험제도 도입 배경과 내용, 실시경과와 효과 등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는 향후 법조인 양성 방식이 법조개혁의 쟁점으로 떠오를 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이며,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법조개혁의 파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예비시험 도입 여부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예비시험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박근혜 당선인은 이 부분에 관한 명시적인 의견을 내놓지 아니하였다. 로스쿨 제도에 빚이 적은 새누리당이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이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야 한다”며 “다만 로스쿨 제도와 공존할 수 있도록 인원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므로, 국회의 입법 활동도 주목된다. 더하여 변협 협회장 선거 후보자들 4명도 일성으로 예비시험 도입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법조계와 일반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변협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하여 법조 선진국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공정하고도 역량 있는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을 만들어 갈 책임이 새 정부와 초대 직선제 변협 협회장 당선인의 어깨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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