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차별 않는 사회 만드는 밑거름 되고 싶어”

순정만화를 보면 현실과 다른, 정말 예쁜 주인공들이 나온다. 공익을 위한 봉사를 직업으로 삼은 변호사들을 생각할 때도 좀 현실성 없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해왔다. 막연히 미화하고 차별화하는 것, 오히려 독이 되는 게 아닐까?
변호사들이 모여 만든 첫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최근, 재정적 지원을 해주던 ‘아름다운 재단’에서 나와 독립법인이 되었다. 또 오는 1월 29일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창립 행사를 치른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염형국 변호사를 만나 ‘공감’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감은 2004년 1월 저와 소라미, 정정훈, 김영수 변호사 네명이서 ‘아름다운 재단’ 내의 법률지원팀으로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변호사 7명에 간사 3명으로 독립을 했죠. 공감이 공익변호사단체의 맏형으로서 아름다운재단 내에 있던 9년 동안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으니 우리의 활동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독립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장애인 권리옹호를 위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소송도 하는데 순수하게 시민들 대상으로 기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아름다운 재단’에게 뒷감당을 맡기는 것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죠. 시작할 때부터 독립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었어요. ”
비영리로 운영되며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변호사들의 모임, 공감은 변호사 일곱명과 간사 세명으로 구성돼 변호사가 법률업무를, 간사가 총무·기부자관리·홍보·교육 일을 나누어 맡고 있다. 변호사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은 없다. 법원·검찰에 가서 복사하고 서류 떼고 제출하는 일도 다 변호사가 직접 한다. 공감은 가난한 사람의 소송대리를 주로 하는 공익법인이 아니고, 공익소송, 공익입법활동, 인권교육, 인권정책 개선을 위한 연구 등의 일에 주력하고 있다. 소송대리 등의 업무는 전체의 30% 정도다. 공감의 변호사는 염형국, 소라미, 황필규, 장서연, 차혜령, 박영아, 윤지영.
“음… 저희 일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요? 저희가 로스쿨생이나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인권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해요.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생 자원활동가도 많이 받고요. 이들이 공감의 교육이나 활동으로 인권의식이 변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참 자랑스러워요. 한명이라도 약자에 대한 배려, 인권의 중요성을 알고 느껴 판결이나 수사에서 달라진다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에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올해는 난민법 제정을 이끌어낸 것, 도가니대책위원회 활동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이끈 것이 기억에 남네요. 공감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가 꾸려진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 확보, 시설 생활자 인권보장,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어 각 정당에 제안했고 실제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법률안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어요. 입양에 대한 공공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아동복지법 개정도 기억에 남네요.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난민, 성소수자 등의 인권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공감은 어떤 정치적 지향도 가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법이 인권보장과 사회변화를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공익법 활동’을 하며 이에 공감하는 사람, 로펌,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구체적 인권을 보장하고 인권환경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통해 우리사회 인권의 경계를 확장해온 공감, 공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개인적 이야기를 물었다.
“저는 33기에요. 처음 1000명을 뽑은 기수죠. 합격자 수를 늘리니 좀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간 것 같아요. 변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반송무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사법연수원 다닐 때부터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계시던 박원순 변호사를 찾아가서 의논드렸어요. 박 변호사는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팀을 꾸리고 싶어 하셨고 3명을 더 뽑아서 공감이 탄생한 거죠. 뭐, 거창한 결단이 아니었어요. 외국에는 전업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요. 저는 그저 조금 일찍 시작한 것일 뿐이고요. 저희가 1호이긴 한데 독립을 하고 보니 후배 공익변호사단체들에 모범이 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희가 안착하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떨리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요. 저희는 로펌이나 기업의 기부도 받아요. 선택의 문제인데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를 올리는 일을 하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뜻을 같이할 수 있다고 봐요. 아름다운 재단이 원래 기금을 모아 좋은 일을 하는 단체들에 나누는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딱히 공감을 짚어서 후원하시지 않았던 경우가 있어요. 요사이 후원자 분들에게 ‘독립했는데 계속 후원을 하실 것인지’ 여쭤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연결이 쉽지 않고 우선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입니다.”
걱정하는 염 변호사에게 큰소리를 쳤다. 대다수 변호사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공감’에 공감하고 있어 사정을 알리면 일단 적은 돈이라도 후원에 나설 가슴이 따뜻한 변호사는 기대 이상으로 많을 것이라고.
공감은 독립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후배들이 공익을 전업으로 하는 개인사무소, 단체사무소를 많이 열었어요. 첫 번째 공감이 하고 싶은 일로 이들에 대해 재정지원 및 노하우 지원은 물론 체계를 잡는 걸 도와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분야별로 전문성 있는 공감이 되려고 해요. 국제인권에 대한 연구를 축적하고 국제조약들을 비준만 해놓고 실천하지 않는 현실도 비판하고요. 예를 들어 ILO(유엔산하 국제노동기구)에서 아무리 권고해도 노동조건을 개선시키지 않는 부분도 환기시키고요. 국제인권센터도 계획 중이에요. 세 번째는 공익활동 교육중개센터를 설립하고 싶어요. 공익인권교육을 할 인적자원 정보를 축적해 연계하고 로펌 프로보노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싶어요.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기폭제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같은 정치적인 색깔 없이 변호사 본연의 사명인 인권옹호, 사회정의 실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개의 변호사들이 공감 같은 공익활동 변호사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꼭 재정적 후원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내 인권교육 등으로 공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변호사들도 많다.
“공감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해내는 데만도 1년에 5억5000만원 정도 들어요. 10월에 예·결산을 뽑아 봤더니 6000만원이 마이너스더군요. 2013년 3월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 1명이 추가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기부자 확대가 절실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익익권법재단 공감에 대한 후원신청은 전화 02-3675-7740, 계좌번호는 하나은행 162-910015-36804 이다.
“제일 힘든 거요? 물론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지만 그건 시작할 때부터 각오했던 거고요. 우리사회 인권의식의 거대한 벽을 느낄 때가 더 힘들어요. 점진적으로 개선되리라는 믿음이 있지만….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람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법원을 보고 정말 절망했어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라 대학에 가야한다고요.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잔인한 차별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걸 느끼면서 제도 개선보다 인식의 개선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요.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쁨으로 빛나는 사람을 만난 시간, 인터뷰 한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 박신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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