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결과를 두고 우리 사회의 세대간 갈등이니, 50대의 선택이니 많은 사후분석과 평가들이 있었다. 그러한 사후분석과 평가의 글들 가운데 많은 의견들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만족하는 국민도, 아쉬워하는 국민도 이 점에 대해서 한 목소리를 내는 듯 하다. 대선을 겪으면서 우리는 좌우대립과, 50대와 40대 그리고 2030세대간의 견해 차이가 극명함을 목도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견해 차이가 단순히 그들이 살아온 경험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들이 받은 교육의 차이, 그리고 그로 인한 역사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평소 역사교육이 점점 경시되는 교육풍토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터라, 이참에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지나간 역사를 제대로 교육함으로써 이들이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을 하는 바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무척 똑똑하다. 논술도 수준급, 수학도 과거 중학교과정에서 배우던 것을 초등과정에서 배우고, 영어실력은 저학년 때 파닉스나 웬만한 영어문법을 마스터하고, 고학년이 되면 원서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즐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사교육은 어떨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역사를 사회과목에서 가르치기 시작하긴 한다. 하지만 시대별로 일어난 사건 순서를 암기하는 위주의 교육이 되다 보니, 그저 재미없는 암기과목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과정에서도 국사와 세계사를 배우긴 하지만, 내용이 방대함에도 할애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여 제대로 된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더욱 문제인 것은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는 국사가 대학입학시험에 있어 필수과목이 아니다 보니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요구하는 특정 대학에 갈 학생들 위주로만 이를 선택하여 이수한다고 한다. 국사가 고등학생 교육과정에서 필수과목이 아니라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어떤 사관에 입각한 교과서로 교육할 것인가는 다음 단계의 문제다. 일단 역사를 중고등교육과정에서 충실하게 교육하여야 한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던 1990년 무렵에는 국사는 그나마 필수과목이었다. 세계사가 선택과목이어서 세계사 선생님이 방대한 분량으로 인하여 극소수 아이들이 선택한 세계사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짧은 수업시간에 입에 거품을 물고 많은 내용을 설명하시던 기억이 난다.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과목이었고, 선생님이 들려주고 싶은 재미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였으나 시간관계상 줄이면서 해도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이 다 가고 다음 수업이 시작종이 치면 부랴부랴 칠판을 닦고 나가시던 세계사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국사는 물론 세계사를 포함한 역사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국민 간 세대갈등의 봉합은커녕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의 정체성조차도 유지하기 힘든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 외국에 조기유학을 갔다가 정착해서 살게 되는 재외국민이나 외국으로의 이민을 선택하는 국민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는 반면 국내로 결혼이나 취업을 위해 이주해 온 외국인들이 꾸린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세계사와 그 안에서의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한두 세대 뒤에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이 모래알이 되어 흩어지는 세계화가 되지 않을지 걱정되는 시점이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변호사 인생의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제기와 역사교육을 내실화하는 교육과정의 개선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품어 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