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방의 한 여성변호사로부터 변협 협회장 후보자 토론회에 가보고 절망하고 돌아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두 후보는 상대방 비방에 정신이 없고 나머지 두 후보는 “현재 변호사 시장이 어려우니 앞으로 잘 해보자”는 공허한 얘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 여성변호사는 팸플릿까지 모두 뒤졌지만 어떤 후보도 실추된 변호사의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말이 없더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최초의 직선제 협회장 선거가 비방과 모략으로 난장판이다.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적이 되어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물어뜯는다. 심지어 다른 후보 아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하객변호사들에게 자기선거 운동을 하는 얌체도 있다.
도대체 협회장 자리란 어떤 것일까? 대법원장, 법무장관과 함께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 대접을 받는다. 수십명의 직원들이 떠받들고 많은 예산을 전단적으로 주무를 수 있다. 외국을 나가도 대접을 받는다. 성명서 등으로 한마디 하면 여론이 되기도 한다. 잘만 설치면 장관급 자리가 다가올 수도 있다.
야심가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 볼 만하다. 거짓말이 난무한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이 거짓말인 건 회원들이 대충 알고 있다. 후보들 자신의 일거리조차 늘리기 힘든 걸 알기 때문이다.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놔주겠다는 정치꾼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회원들의 염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회장이 되고 싶은 생각만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아는 체만 할지도 모른다. 많은 회원들이 변호사의 자존심을 회복시켜달라고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후보들이 관심이 없다면 변협신문이 여론화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자존심 회복은 돈이 없어도 되고 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된다. 좋은 인품을 가진 협회장의 진정과 땀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프라이드를 가진 따뜻하고 겸손한 협회장이 탄생되어야 한다.
먼저 다른 사람을 헐뜯기에 바쁜 후보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의 마음이 따뜻할까 의문이 든다. 자신의 경력만을 앞세우면서 다른 후보를 깔아뭉개는 교만을 보면서 얼굴이 찡그려졌다. 교만한 사람이 회장이 되면 우쭐대고 군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협회장 선거에 무관심하다. 그 무관심을 먹고 가라지가 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해야 할까. 후보 중 세명은 지방변호사회장을 했고 한명은 변협 부협회장을 지냈다. 수사에 입회하러 간 변호사들이 형사에게 쫓겨나고 교도소에서 가방검색을 당하면서 막소리를 들을 때 가슴이 찡해지면서 함께 분노했을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이 적격자다.
지난 4년간 후보들의 모습을 직간접으로 체험했다. 지방회 회장 자리를 벼슬로 생각했는지 얕은 꾀와 잔재주를 부리면서 우쭐대는 모습도 봤다. 유치한 권위주의도 봤다. 변호사이면서 자신이 변호사가 아닌 걸로 착각한다. 그런 인물은 협회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감별은 의외로 간단하다. 회원들의 돈으로 화려하고 큰 자기 방을 만들고 변호사단체 직원들을 비서 내지 사병으로 만들어 자기의 개인적인 일에 동원했다면 그런 인물은 자격이 없다.
변호사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꼬박꼬박 회비를 낸다. 전체회원을 위해 귀하게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하고 그럴듯한 명분을 붙여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면 협회장이 아니라 죄인이 되어야 한다.
빈번한 해외나들이로 공금을 낭비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밖에 나가 회원들의 돈으로 무슨 짓을 했는지 회원들은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협회장 선거는 정치권의 선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네거티브 흑색선전을 정당한 비판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변협신문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상대방 후보에게 당당하게 묻게 했다. 자화자찬보다 상대방의 날카로운 비판 속에 더 정확한 후보자신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다.
이제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의 비판과 질문에 정직한 대답을 해야 한다. 강한 변협이 되려면 회원들은 거짓말과 변명을 하는 후보를 걸러내야 한다. 진심으로 회원들과 고통을 함께하고 회원들을 섬기는 협회장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강한 변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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