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십년 만의 한파도 한걸음 물러서 마음까지 포근해진 겨울방학이 돌아왔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 와서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가혹하다 싶을 만큼 바쁘고 힘들게 지내왔던 것 같으면서도 아쉬움 또한 많이 남는 것 같다.
로스쿨 제도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올해는 1기 변호사들이 배출되어 로클럭, 검찰, 공직, 로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로스쿨이라는 제도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반면에, 희대의 스캔들로 인하여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난들을 받으면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던 일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변호사시험 전원합격으로 인해 축제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던 반면 2학기 중반부가 지날 때쯤 졸업사정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크게 한번 술렁였던 적도 있었다. 정원에 비해 적지않은 사람들이 사정대상에 올랐기 때문에 3학년들뿐만 아니라 2학년들도 동요하는 이들이 많았다. 3년이나 학교를 다닌 학생들을 졸업시험이라는 명분으로 변호사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러번 기회가 주어진 시험에서 계속 일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면 과연 변호사시험은 잘 볼 수 있을지 변호사가 되더라도 실무에서 잘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년에는 동기들과 후배들에게 저런 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감을 가져다 준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지만, 형사재판실무과목과 검찰실무과목 등의 시험을 보면서 지난 2년 동안 과연 무엇을 공부했는지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었고, 때로는 좋은 학점을 받아 행복했던 일도 있었다. 1학년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정말 정신나간 사람처럼 열심히 공부를 했었는데, 2학년이 되어서는 여러 가지 정당화사유(?)들이 많아져 공부가 소홀해졌던 점은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곧 변호사시험을 치러야 하는 3학년에게 이번 겨울은 ‘꽃을 피우기 위한 마지막 겨울’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하고 5일간의 긴 시험을 치러야 하며 그 후에도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초조·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가운 겨울이지만, 시험이 끝나면 상아탑에서가 아닌 실무에서 직접 일을 하게 되고 가족들 또는 개인 시간을 가질 찰나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 어느날 문득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겨울의 엄동설한을 거친 후에라야 비로소 만나게 될 수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 시간이 흘러가면 언젠가는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들에게 ‘봄’이란 바로 실력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 ‘겨울’이란 가혹하다 할 만큼의 법학실력을 쌓기 위한 시간과 노력일 것이며, 로스쿨 제도에의 ‘봄’은 법조인 양성제도로서의 안착, ‘겨울’은 안착과정에서의 각종 시행착오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2013년은 올해의 어려움을 잘 이겨낸 모든 이들이 꽃을 피우는 따뜻한 봄 같은 한해, 또 앞으로 다가올 2014년을 위한 의미 있는 겨울이 되는 한해이길 두손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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