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한자로 쓰면 辯護士가 된다. 풀어쓰면 “말 잘하고 (辯) 지켜주는 (護) 선비(士)” 라는 뜻이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식으로, 변호사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일에는 말도 잘 못하고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다. 왜냐고? 법조인으로서의 자존심이란 것, 윤리의식이란 것, 소명의식이란 것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건을 진행하더라도 의뢰인의 주장이 백 번 옳고, 상대방의 반박이 터무니없더라도 가능한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도,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도 그러하다. 설령 의뢰인으로부터 ‘우리 변호사가 좀 약하다’라는 오해를 살 망정 변호사로서의 격조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도 있다. 아무리 아쉬워도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하도록 교사하여서는 안 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도록 부추겨도 아니된다. 설령 의뢰인이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지켜야 할 덕목들이다.

근대 문명국가들이 법원과 검찰 조직을 두는 데 그치지 않고 변호사 제도를 따로 두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의뢰인이 스스로 자기를 방어하도록 하다 보면 그로 인한 악영향을 제어할 수 없는 법이다. 단순히 변호사가 법 규정의 해석과 법적 절차를 좀 잘 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공익의 수호자로서 최소한의 윤리 의식과 덕목을 갖추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각국은 변호사법을 입법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변호사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자명하다. 전문지식과 소양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사람이 타인의 법률사무를 취급하다보면 애꿎은 국민이 손해를 입게 되고 국가 사법시스템에 악역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호사법의 이 규정은 국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법제도의 건전한 유지를 위한 법이다. 한편, 변호사법은 변호사를 위한 법이기도 하다. 변호사가 아니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변호사만이 경제적 목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있다. 그리고 비변호사가 돈을 벌 목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하게 되면 형사처벌까지 감수하여야 한다. 변호사는 이 규정 덕분에 법률사무를 독점함으로써 안정된 생계수단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포화상태의 법률시장, 치열해지는 변호사 간의 경쟁, 스마트한(?) 의뢰인들이 늘어나는 오늘날에는 속칭 눈먼 돈을 구경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변호사가 자격증 말고도 다른 재주나 배경이 있으면 일하기가 편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전문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인맥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면 수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변호사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인적 네트워크를 가다듬고 전문지식도 ‘열공’해야 한다. 바쁘고 고달프기 그지 없다.

그런데 최근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어떤 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아주 많은 돈을 아주 쉽게 벌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김모 부장검사님이다. 그분은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돈이 좀 될 듯 한 피의자들로부터 선임계도 없이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분이 받은 돈의 액수가 일반 변호사라면 결코 손에 만지기 어려운 거액이었다는 것이다. 필시 세상 물정을 충분히 알았음직한 사건의 관계인들이 그분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줄 정도였다면 확실히 그분의 능력과 사건해결능력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그분의 신분은 기소여부를 독점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의 고위 공무원이었다. 자신이 직접 수사하거나 적어도 사건이 결과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분의 말 한 마디, 그분의 도장 하나에 결과가 좌우되는데 어떤 사건 관계인이 돈의 많고 적음을 따지겠는가? 부르는 것이 값이었으리라! 그런 식으로 그 검사님은 쉽게 돈을 벌었다. 그것도 ‘쉬워도 너무 쉽게’ 돈을 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만 공소를 제기되었다. 그분은 어느 지방변호사회에도 소속되지 아니한 분이었다. 왜 변호사법 위반이 되지 않은 것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혹시 그분을 변검사(辯檢事)님, 즉 검사를 겸직한 변호사 정도로 본 것은 아닐까? 허황된 상상이 꼬리를 문다. 말 잘한다는 변호사가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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