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아주 먼 옛날, 어느 먼 곳에, 살기 좋고 평화롭고, 따듯하고 아름다운 성(城)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성의 이름은 ‘변호사 나라’입니다. 매년 전국에서 뽑힌 50~100명의 가장 우수한 청년들이 성에 들어와서, 높은 벼슬을 받거나, 변호사가 되면 상당한 규모의 봉토를 받았습니다. 점점 나라가 커지고 백성이 많아지니, 변호사 나라의 새 식구는 매년 300명이 되었습니다. 100명은 판관으로, 100명은 검객으로 나가고, 100명의 변호사들은 조그마한 영지를 받아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변호사 나라
바깥세상의 압력으로 변호사 나라의 성문이 좀 더 열리고, 한 해에 1000명씩 뽑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300명 정원의 성에, 1000명이 모두 들어와 살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넘치니, ‘변호사 나라’의 성벽 한쪽이 무너졌습니다. 바람이 숭숭 통하니, 성 안에 붙어 있어도 춥고, 성 밖에 있으면 더욱 춥습니다. 연수원 시험에는 등수 안에 들기 위한 불꽃이 튀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나라의 성 밖에는 더 추운 곳에 사는 많은 백성들이 있었습니다. 성 밖 백성들은, 오랫동안 변호사 나라 사람들을 선망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변호사 나라에 대해서 점점 화가 더 나고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문을 활짝 열어라!” “더 많이 뽑아라!” “더 싸게 받아라!” 막상 아우성이 시작되자, 세상의 다른 모든 관리들과 나라의 소식꾼들도 모두 한편이 되었습니다.
이럴 수가! 세상에, 변호사 나라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012년 세상은 커다란 포대 자루에 연수원 1000명과 로스쿨 1500명을 합한 2500명을 함께 싸서 ‘변호사 나라’의 성벽에 인간 포탄을 쏘았습니다.

무너진 성벽
변호사 나라의 성벽은 무너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커다란 포대자루 안에서 연수원생과 연수원생이 서로 부딪히고, 로스쿨생과 로스쿨생이 서로 부딪히고, 연수원생과 로스쿨생이 서로 부딪혀, 모두들 어깨가 부러지고 다리에 멍이 들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성벽이 무너지니, 성 안에 살던 사람들도 모두 추워지고 마음이 어려워졌습니다. 선배들은 쏟아져 나오는 후배들을 무서워하고, 후배들은 양보해 주지 않는 선배들을 원망하고, 연수원 출신은 신종 경쟁자인 로스쿨 출신에 눈을 흘기고, 로스쿨 출신은 연수원 출신의 눈길에 마음이 상합니다.

불편한 현실
완전히 망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두가 성 밖의 광야에 나온 후, 대우는 뚝 떨어지고, 일자리는 꽤 늘어났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변호사 나라의 고통에 공감을 전혀 안 하고 다소 고소하게 생각하지만, 보수가 높지 않으면 변호사를 데려다 쓰려는 생각은 합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현실’입니다. 변호사 나라의 성벽은 무너졌습니다. 편안한 사람은 한명도 없고, 추워진 벌판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우울해 합니다. 때문에 여러 깃발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깃발들 속에는 짜증이, 절망이, 울분이 들어있고, 공감이, 희망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모두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우리는 어느 깃발이든 들고서 어디로든지 가야합니다.

복고주의 “돌아가자”
복고주의의 깃발이 있습니다. 무너진 성벽을 원래대로 재건하고 살기 좋고 평화로웠던 ‘과거의 소수정예 변호사 나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우선 과연 변호사 나라가 그걸 해낼 힘이 있는지 의문이고,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발전의 방향이 될지 의문이 있습니다.
분파주의 “따로 따로 뭉치자”
청년변호사도 힘들지만, 장년 변호사도 힘들고, 여성변호사도 힘들지만, 남성 변호사도 힘들고, 개업변호사도 힘들지만, 로펌 변호사도 힘듭니다. 청년과 장년이 맞서고, 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맞서 싸우는 변호사 나라는, 힘을 합쳐 IMF를 이긴 한국이 아니라 내분으로 망해가는 그리스가 될 것입니다.

확장주의 “힘을 합쳐 앞으로”
어차피 조그만 옛 성에는 다 들어가 살 수도 없고, 모두가 먹고 살 만한 사건도 없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새로 생기는 모든 일자리와 일거리는 그 하나하나가 새로운 유력한 성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기업과 처음 보는 단체에 취직하는 변호사는 새로운 신규 전문분야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용감하고 현명하게 국제활동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국제법률시장과 국제기구의 프론티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교하게 맞춰진 법률보험제도는 중소기업 및 일반시민 수준의 잠재적 자문시장을 분출시켜 법률시장 자체를 크게 키울 수도 있습니다.
1997년의 한국처럼 옛 성벽이 무너진 우리의 변호사 나라도 장년과 청년이 힘을 합하고, 변호사 하나하나가 한 분야를 개척하는 장군이나 핵심 장교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변호사 사회의 자원과 역량을 총 동원하면, 변호사 나라의 영역을 사회 전체로 크게 확장하고, 자부심과 자신감을 되찾아서, 세계를 주도하는 2012년 한국처럼 발전하고 회복되지 않는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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