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걸쳐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을 보면 중국인의 상술은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거리에 조그마한 중국집이 하나 들어선다. 그 새로운 중국집 주인은 처음이니 죽어라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 해서 중국집이 번창해서 돈을 벌게 되면 중국집 사장은 주방장을 부른다고 한다. “자네 돈을 얼마나 모았나?” “예, 한 50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5000만원을 빌려 줄 테니 자네도 분가해서 중국집을 차리게.” 그리고 주방장에게 자신의 가게 옆에 중국집을 차려 준다. 그렇게 가게를 연 주방장은 돈을 벌게 되면 지난 날의 주인을 떠올리고 자신도 자신의 주방장에게 또다시 자신의 가게 옆에 중국집을 차려준다. 그렇게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화교들은 교포들 상호간에 서로를 신뢰하고 밀어줌으로써 상호간에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 효과를 확장시켜가는 것인가를 알았던 것이다. 주인이 바로 옆에 자신과 동일한 업종의 점포를 내어준다는 것은 상식을 뒤엎는 행동일 수도 있다. 시장의 수요가 일정한데 공급자만 늘어나면 당연히 이익이 줄어들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뢰와 배려가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을 만들었고 이러한 건강한 경쟁은 시장을 키워 큰 수요를 창출해 서로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게 된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른다. 변호사로 첫발을 내딛고 그해 첫 아이를 낳고는 근무하던 법률구조공단을 나올 것인지 개업을 할 것인지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어차피 아이 때문에 검찰로 발령 받는 것을 포기하고 나니 공단에 더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개업을 하고 싶었으나 개업을 하려고 하면 보증금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마련하려면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할 형편이어서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즈음 선배 최 변호사님의 조언으로 개업을 결심하고 노 변호사님의 도움으로 보증금 없이 사무실을 임대하여 개업을 할 행운을 얻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해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지 믿기지 않을 행운이었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시작하여 한달 한달 일을 하여 결국 보증금을 갚게 되었을 때 기쁨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큰 은혜를 입고도 제대로 갚지 못한 것은 아닌지 죄송한 마음과 걱정이 앞선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도 후배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반성과 동시에 다짐도 해본다.
요즘 변호사 수는 늘고 경제는 침체되다보니 우리 변호사들 사이의 인심도 흉흉해지는 듯하다. 변호사회 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와 여러 후보들의 공약이나 단체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조금은 마음이 불편한 구석도 있다. 물론 나도 변호사 수가 줄어들면 좋을 것 같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도 해보아야 할 것은 아닌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중국인들처럼 더욱더 적극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대한변협이나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우리의 이익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에 대하여는 무척 감사드리지만 그러한 노력만으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옆집에 식당을 차렸을 때 둘 중에 하나는 죽기로 작정하고 싸워 음식값 내리기 경쟁을 하다간 둘 다 망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닐까. 너 죽고 나 죽는 싸움을 하기에는 우리는 고시를 통과한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아닌가. 나에게 무언가 바로 이득을 주지 않더라도 노력할 동기를 부여해주거나, 나에게 잠시 해를 입히더라도 그로인해 내가 깨달음을 얻어 건강한 경쟁을 하게 되고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면 이 역시 감사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로 경쟁할 수 있어 감사하고 변호사가 많으니 의뢰인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져 감사하고 그렇게 감사하다보면 의뢰인들의 수요가 늘어나 서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2013년이 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