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소위 ‘돈 검사’사건 및 ‘성추문 검사’사건 그리고 이 사건들의 해결을 둘러싸고 드러난 검찰의 내부 갈등은 국민에게 큰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고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검찰의 개혁은 검찰로서는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 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검찰의 ‘무소불위’와 ‘오만’으로 집약된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비대한 권한을 가졌음에도 통제를 받지 않아 오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천은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한다는 것이다.
검찰제도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경찰의 인권침해와 법원의 규문주의의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대륙법계 국가는 물론 사인소추주의를 수백년 동안 시행하여 온 영국조차도 1985년 검찰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와 같이 검찰제도는 그 존재 자체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 이론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검찰개혁안 중 어떤 것은 검찰이 아예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수사의 효용성을 간과한 주장이다.
우선 검찰의 인지사건 비율은 전체 처리사건의 1%에 불과해 직접 수사의 비율이 매우 작다. 또한 재벌이나 대기업관련 비리, 고위공직자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증권금융범죄, 기술유출 등 첨단범죄 등은 고도의 법률지식과 수사경험을 함께 가진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검사의 수사도 필요하다.
검찰권한의 축소방법의 하나로 수사권을 경찰에 모두 넘기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현행 경찰제도의 개선 및 개혁이 그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찰제도는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강력한 중앙집권적 체제로서 권한의 분산이 되어 있지 않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여 권한을 분산하고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없이 수사권을 경찰에 모두 넘기는 경우 권한의 비대 및 과거의 사찰정치의 부활이 우려된다. 특히 경찰청장의 임명절차에는 아무런 중립적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집권자의 경찰청장을 통한 부당한 경찰권행사에 대한 견제방법이 없어서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형사소송법 제정당시인 1954년 국회속기록에도 중앙집권제적 경찰제도 하에서 경찰이 수사권까지 장악할 경우 경찰파쇼의 우려가 크다는 당시 엄상섭 의원의 발언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정보·보안·교통·경비 등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경찰과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과의 구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법경찰은 전국 경찰 10여만명 중 약 10%로 추산되는데 경찰 내에서의 사법경찰의 수사의 독립성·공정성·중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도 문제다. 사법경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보·보안 등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을 하려고 하는 경우 그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자치경찰제의 도입 및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를 통한 경찰권한의 분산의 필요성 등에 대하여는 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물론 야당의원들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경찰제도의 개선없이 검사의 수사권을 배제할 경우 수사의 공정성 시비는 물론 통제되지 않는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크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검찰권의 남용방지 대책과 함께 재판제도 등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국가기관간의 권한분배, 각국의 입법례 및 검찰제도에 대한 법적·사회적·정책적 연구와 검토는 물론 법원 및 관련기관의 의견을 들어서 신중히 진행되어야 한다. 여론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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