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모 변호사는 개업 후 1년에 한 번씩 저질의뢰인을 만났다. 형사사건을 의뢰하러 온 부모가 있었다. 자기 자식 죄는 생각하지 않고 “돈 주고 변호사 샀는데 왜 못 빼내느냐, 받은 돈 다 토해 놓으라”며 소리치고 행패를 부렸다. 민사사건도 결과가 나쁘면 착수금을 다 돌려달라고 떼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때마다 사정해서 절반을 되돌려주고 마무리 지은 경우도 많았다. 성공보수는 아예 받을 생각조차 못한다. 얼마 전부터 매일같이 사무실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의뢰인이 있었다. 조정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견디다 못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 정도 불만표출은 있을 수 있다면서 훈방조치를 했다. 이번에는 접근금지가처분 명령을 받았다. 그건 휴지조각이었다. 저질의뢰인은 보란 듯 그후에도 매일같이 사무실을 찾아와 변호사실문을 발로 차고 직원의 멱살을 끌고 다녔다.
저질의뢰인은 자기에게 불리한 조정을 했다면서 거꾸로 담당판사와 변호사를 업무상배임으로 고소했다. 그 정도면 분명 무고죄였다. 박 변호사가 검찰에 소환되어 대질조사를 받을 때였다.
“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놈이 변호사야? 죽여 버릴 거야.”
저질의뢰인은 소리소리 질렀다. 검사와 검찰서기가 옆에서 씩 미소 지으며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고 있었다.
“자꾸 이러시면 모욕죄로 고소를 하겠습니다.”
변호사의 절규였다. 그 말을 들은 검사가 톡 받아 나섰다.
“검사실에서 발생한 사실에 대해 나는 안 들은 겁니다. 모욕죄는 공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협조할 수 없죠.”
검찰은 담당판사에 대해서는 소환도 하지 않고 무혐의처리를 했다. 검사는 ‘무고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이라는 이름의 저질의뢰인은 행복한 것 같았다. 지금도 매일같이 변호사사무실을 찾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다. 변호사는 법의 보호 밖에 있을 때가 많다. 그만큼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네 명의 변협회장 후보가 협회장이 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모두들 자기만 뽑아주면 행복을 줄 듯한 메시아의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이 두명 있고, 대한변협 부협회장 출신이 두명 있다. 그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 저질 의뢰인을 만났을 때 항복하지 않고 자기 자신은 제대로 지켰는지. 변협 건물에 와서 데모꾼들이 꽹과리를 치면서 악을 써댈 때 나가서 그들과 당당히 맞서 본 사람이 있느냐고. 점잖은 체하면서 현실을 피하는 회장후보는 가짜다. 피를 묻히고 회원을 위해 싸우는 사람만이 진짜 변호사의 지도자다. 그런 사람을 골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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