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신규 임용 검사로 하여금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을 엄숙히 다짐한 후 복무에 임하게 하기 위해 법무부는 2008년부터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고, 검사는 임관할 때에 위 검사선서문에 따라 선서하고 서명해야 한다. 그런데 한 초임 검사가 검사선서문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검사실에서 수사하던 여성 피의자와 유사성관계를 맺는 등 대형 사고를 쳤다. 과연 그는 검사임용 과정에서 굳게 다짐한 검사선서문을 기억하고 있을까.
임용 12년 차 중견 검사는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매형이 근무하는 로펌에 알선한 혐의로 검사실을 압수수색 당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출신 부장검사는 누구보다 추적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1억원짜리 수표를 포함 약 10억원의 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초임검사에서부터 중견검사, 나아가 부장검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 빠짐이 없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모습이다. 이정도면 검찰은 총체적 난맥상이다. 결국 우리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검찰개혁’으로 집중된다. 검찰은 스스로 이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을까.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검찰개혁’이라는 코너가 있다. 그런데 이 코너는 2010년 4월 19일 ‘검찰, 시험 봐서 국제회의 간다’라는 소식을 끝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업데이트도 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보도자료상으로는 검찰개혁이 3년간 개점 휴업상태다. 게다가 국민은 최근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카드를 꺼내들려다가 대검 간부와 검사들의 반발에 개혁안을 거둬들인 다음 “내부의 적(賊)과의 전쟁에서 졌다”는 말을 남기고 표표히 사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검찰 수뇌부에 의한 개혁안마저 불발탄이 된 지금, 검찰은 자체 개혁의 동력마저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메가톤급 개혁 바람이 검찰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태풍의 진원지는 대선후보자들이다. 정치권은 대검중수부 폐지, 상설특검 내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검찰의 수사지휘권 축소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인사제도 개혁 등에 관하여 유사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에 의한 제도개혁이 한계에 봉착한 지금, 검찰의 정치적 편향과 내부 비리 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차기정부의 손에 맡겨진 형국이다.
사실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제도개혁론, 특히 대검 중수부 폐지론은 그동안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들고 나오던 단골 메뉴다. 그간 중수부의 수사대상이 된 정치권이나 재벌 등 거대 권력은 정치적 편향성 등 온갖 이유를 들어 자신의 목을 조르던 중수부의 폐지를 주창해 왔다. 중수부 폐지 공약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거악 척결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개혁에는 외부적·제도적 개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검찰 아래로부터의 개혁, 즉 검사 개인의 혁신이다. 내부적 개혁의 열쇠는 여전히 검찰에게 있다. 존폐여부가 풍전등화와 같은 중수부도 한때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것을 보면, 제도 못지않게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사의 임무는 막중하다. 따라서 임용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검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임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검찰조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면 스스로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검찰 내부적 개혁의 길은 바른 검사상을 담은 ‘검사선서’ 속에 그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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