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치료 종결 할게요.”
환자들은 가장 듣고 싶어하는 소리지만, 의사들 특히 만성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겐 가장 주저하게 되는 말이다. 다시 같은 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봐온 환자가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다시 원장실에 들어오면 특이한 정서상태가 된다. 오랜만에 다시 보아 반가운 마음과 다시 아파서 온 것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 그래서 인사가 어정쩡하게 불안하면서도 반갑게 이루어진다.
병이란 것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면 대부분 먹는 것이 적합치 않다거가, 사는 곳이 불결했다거나, 혹은 불균형한 자세와 같은 잘못된 양생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런 모든 삶을 둘러싼 조건들이 개선되어야만 비로소 완치라는 말을 쓸 수 있다고 환자들에게도 주지시킨다.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근절되지 않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다시 보는 것은 괴롭다.
더욱이 이젠 그만 와도 되겠다고 내가 치료종결을 선언한 후에 다시 온 환자들은 병의 뿌리가 뽑혔다고 생각하기 쉬워 예전의 좋지 못한 생활습관으로 돌아갔고 같은 질환으로 다시 내원하는 경우에는 더 심해져 오는 경우도 흔하다.
얼마 전에 키가 쑤욱 커서 들어온 초등학생도 그런 경우였다. 아기 때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했고 우리 한의원에서도 몇 년을 두고 심해지면 치료를 받다가 조금 좋아지면 치료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심해지면 찾아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번에 왔을 때 옷을 벗겨놓고 전신 상태를 보니 접히는 부분 팔꿈치와 오금이 벌겋게 부풀어 오른 것은 물론이고 여기 저기 긁어 생긴 핏자국과 진물이 흘러 2차 감염까지 걱정될 정도였다. 이 정도 상태이면 얼마나 괴로웠을 것인가. 어린아이가 참을 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이렇게 심한 경우에는 아이가 아주 어리면 오히려 쉽게 좋아질 수 있다. 보호자가 의복이나 식품을 아토피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직접 제공하기 때문에 비교적 컨트롤이 잘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일일이 이런 것을 통제할 수 없어 훨씬 더 심각한 상태가 되기 쉽다. 또 이런 경우가 지속되면 성인 아토피로 이어지게 된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으면 더 가려워진다는 것을 알아도 초등학생이 그 단맛의 유혹을 스스로 이겨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들도 순간적인 유혹을 못 이겨서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들과 현재의 좋은 상태를 망치는 것이 허다한데 어린아이에게 1차적인 욕구의 금지를 요구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순간의 잘못이 너무나 오랫동안 괴로운 상태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요새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꼭 아토피가 아니더라도 소양증 피부라면 적당한 온천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피부 질환 환자들에게 더운물에 오랫동안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목욕은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킨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너무 뜨겁지 않게 가볍게 씻어내는 것이 피부상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혹 어떤 온천들은 원탕 자체가 뜨겁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동의보감에도 참을 수 없이 가려운 풍진(風疹)에 붉은 흙이나 유황 등을 이용한 치료법이 있다.
폐기를 건강하게 하는 음식으로는 더덕이나 도라지 등이 도움이 되고 견과류 호두나 잣 등이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물성 식재료로는 뱀장어를 이용한 요리가 좋다.
그 초등학생에게 다시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환자들에게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상식을 의사가운의 힘을 빌어 전문가의 목소리로 말해준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절제와 조절의 미덕만이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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