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지난 26일, 신규변호사 현장연수를 실시했다. 이날 큰 호응을 얻었던 이병주 기획이사의 강연을 간추려 소개한다. 전문은 http://blog.naver.com/byungjoole 참조. 【편집자 註】

신규 청년 변호사들에 대한 시장의 상황은 각박하고 법률사무소나 기업의 현실은 냉정합니다. 취직도 어렵고, 새로 들어간 직장생활도 어렵고, 그동안 사법연수원 및 로스쿨에서 변호사로서의 인생에 대해서 품었던 기대감과 꿈은 쉽게 성취하기 어려워 보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후배 변호사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과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오랫동안 사건들과 씨름하면서 땀과 눈물로 얻은 교훈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젊은 변호사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두려움은 네 가지 분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원하는 직역과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둘째 내가 원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셋째 내가 일 하고 싶은 전문 분야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 넷째 나 자신이 일에 적응을 잘 못하고, 직장에서의 평가도 좋지 않아 꿈꾸었던 우아한 변호사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 등입니다.

직장 생활도, 변호사 일도 힘들다!
법무법인과 기업은 돈 버는 조직입니다. 변호사는 취미로 일하는 아마추어가 아니고 회사나 고객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들입니다. 따라서 내가 일을 잘 못할 때 선배가, 회사가 나에게 눈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들이 갖는 불만, 즉 일하는 것이 힘들고 괴로운 것, 재미가 없는 것, 직장에 낭만이 없는 것, 회사가 타산적으로 구는 것 등은 모든 돈 버는 조직의 본질일 뿐입니다. 회사는 원래 그런 것인데 회사에 마구 화를 내고 앉아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꿈에서 깨야 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학생처럼,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고, 냉정하고 엄숙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에 매달려 직장을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이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입니다.
우리들이 다루는 민·형사 분쟁은 당사자들 인생(人生)의 성패가 달린 중요하고 엄숙한 일입니다. 변호사는 돈을 받으면서 이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직업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법률업무는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입니다. 재판업무는 실용적인 법률 해석원리를 적용하면서 개별 사건의 실질적인 정의,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일부 학문처럼 뜬 구름 잡듯 추상적인 논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게다가 법률분야 실무 훈련은 모든 다른 분야의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직장이 내 마음에 맞든지 맞지 않든지 우리 변호사들의 일에는 정당한 책임감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변호사가 죽으면 사건이 살고, 변호사가 살려고 하면 사건이 죽습니다. 변호사의 열정과 노력에 따라서 사건과 결과와 다른 이들의 인생이 크게 달라집니다. 나에게 맡겨진 내 고객의 인생을, 내가 망칠 권리는 없습니다. 때문에 변호사의 업무에는 기본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려는 자세와 절대시간의 투여가 필요합니다. (한밤중에 기록을 계속 째려보면 없던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내게 일 주는 사람은 모두 내 고객이다!
부장판사와 부장검사, 같은 법률사무소의 선배 변호사는 ‘나를 종처럼 부려 먹는 사람’이 아니고 일을 주는 ‘나의 고객’입니다. 실은 함께 일하는 선후배, 동료 변호사가 모두 내 ‘고객’들입니다. 내게 일을 주는 선배는 나의 고객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짜증을 내면서 일을 대충 해 주면 선배(고객)는 내게 일을 시키는 것이 무서워서 일을 안 주는 것이 사실 정당한 일인데, 왜 내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많은 신규 변호사들은 전문성 또는 큰 사건을 할 기회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법조인의 근본적인 전문성은 재판 및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General Practice)이고, 전문분야는 그때 그때 공부해 보충해도 됩니다.
기본적인 기능은 취득하지 못한 채 전문성만 욕심낼 때 내공은 없이 초식(抄式)만 있는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내 눈앞에 있는 조그맣고 시시한 사건을 몸부림치게 싫어하고 크고 고급스러운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더 큰일이 맡겨질 수 없고, 전문분야의 일을 맡기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해마다 신규변호사 2500명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모든 변호사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성공과 낙오가 불가피합니다.
보수를 많이 주는 직장에 가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인가? 아닙니다. 승부는 끝까지 가봐야 압니다. 법조계의 주류가 아닌 곳, 기업변호사, 정부 변호사 및 지역에 개업하고 지방의원에 진출하는 길 등 새로운 분야,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한변협과 지방변호사회들은 앞으로도 준법지원인 확대, 로클럭 확대 및 지자체 법률호민관 제도 도입 등 지속적인 신규변호사 직역 확대 노력을 통해서 사회 모든 분야에 법치주의가 확산되고 뿌리박도록 애쓸 것입니다.
또한 젊은 변호사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위한 변호사’ 제도들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신규 젊은 변호사님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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