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언이 진실 왜곡…그녀는 두번 울고 있어요”

11월 29일 어스름이 내리는 오후 5시,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부근의 빌딩 5층에 있는 정철승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이기도 한 그는 오전에 있었던 대한변협신문 편집인과의 통화에서 검찰조직의 부도덕성에 대해 분노하면서 반론을 실어주기를 원했다. 검찰에 의해 범죄사실은 언론에서 바로 발표되지만 담당 변호사의 반론은 언론이 필요한 부분 이외에는 무시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대한변협신문이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
“담당 변호사로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아무도 없는 검찰청 검사실에 피의자인 여성이 강제로 불려왔습니다. 앞에는 위압적인 검사가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보통사람은 기가 질리고 주눅이 드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황이 무시되고 사건의 모습이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변호사는 화가 난 표정으로 빠르게 말을 계속했다.
“합의금 5000만원을 받은 걸 가지고 꽃뱀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제가 검사실에서의 성폭행 사실을 지도검사한테 연락해서 항의했더니 검찰이 발칵 뒤집힌 것 같았습니다. 바로 성폭행을 한 검사가 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같은 법조인으로서 도와줄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합의가 진행됐고 합의금 5000만원도 제가 부른 겁니다. 합의서는 성폭행검사가 직접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5000만원 때문에 꽃뱀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그건 아니죠. 심지어 여권사진과 주민등록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한 여성의 인격이 무참하게 짓밟혀지고 있습니다. 여권사진이나 주민등록사진은 관공서에서 누설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자료죠. 그게 떠돌고 있습니다.”
요즈음 주위에서는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피해여성의 얼굴을 흔하게 보고 있다. 정 변호사는 피해여성은 학원선생 출신으로 회사원인 남편과 사는 평범한 주부라고 했다. 아이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의 진술을 얼마나 신빙할 수 있습니까?”
변호사는 자기 의뢰인에게 감정이 치우칠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집안 우환으로 인한 정신적 쇼크로 지난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한달간 동네 마트에 가서 김밥, 야쿠르트, 운동화를 가져간 게 보안요원에게 걸려서 절도범이 된 겁니다. 훔친 것 중 가장 값비싼 것이 시가 6만원 정도의 패션시계죠. 그런데 경찰이 한꺼번에 하나의 절도죄로 입건하지 않고 몇 개를 골라 형을 확정시키고 다시 여러 개를 쪼개어 붙이면서 상습절도죄를 만들고 확정된 전과까지 있는 것으로 보이게 했죠. 치졸한 수사형태입니다. 그 과정에서 전과가 없는 가정주부에게 도벽증이 있으니 상습도벽치료전문기관인 공주 국가정신병원에 입원시켜놓고 조사를 하겠다느니 성동구치소에 구속시켜 놓고 수사를 하겠다느니 말을 하면서 겁을 준 겁니다. 또 훔친 총액은 1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다른 걸 불라고 하기도 하고 400만원이 넘는 돈을 변상해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합의를 강요하기도 했죠. 그래서 제가 모든 걸 녹음해 뒀다가 검찰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엉뚱하게 검사에게 가서 성폭행을 당한 겁니다.”
“검찰에서의 구체적인 상황은 어떻습니까?”
“담당검사가 휴대전화로 휴일인 토요일 오후 2시에 들어오라고 했어요. 텅 빈 검사실에 여성피의자만 부른 거죠. 경찰에서 당한 억울한 일을 호소했는데 검사가 그 얘기는 듣지 않고 실형감이라고 말하는데 더 겁을 주더라는 겁니다. 북받쳐서 울고 있는데 검사가 커피를 건네주면서 달래더랍니다. 그게 농도가 짙어지고 더듬기 시작하면서 이게 아닌데…했답니다.”
정 변호사는 검사실 내에서 있었던 두 사람의 행위들을 적나라하게 알려주었다. 간단한 성추문으로 변색시키는 검찰과 언론에 대해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검사가 그에게 말했던 반론부분에 대해서도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말해주었다.
“검사 쪽 얘기는 달라요. 위로를 해주면서 옆에 서 있는데 여성이 유혹을 하면서 과감하게 대시를 하더라는 거죠.”
정 변호사의 야동에서 나오는 것 같은 길고 리얼한 표현들은 여기에 옮기기에는 적합지 않아 생략한다. 변호사가 알게 된 과정에 대해 정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피해여성이 우리 로펌에 와서 정식으로 선임을 했어요. 로펌에서는 처음에 여성변호사를 지정해서 업무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여성이 담당 여성변호사에게 하는 말이 그 검사에게 가면 몸조심하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변호사들도 처음에는 두서없는 피해여성의 말을 의심하다가 점차 확신하게 된 거죠.”
이번 사건에 경찰과 성폭력상담소도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피해여성이 변호사에게 말하기 전에 성폭력상담소에 가서 신고를 하고 그곳에 파견되어 있던 경찰관이 그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검경이 수사권 독립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시점이다.
정 변호사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에게 말하기 전에 피해여성이 성폭력 상담소에 신고하고 그곳에 있던 여경이 그 사실을 알고 피해자진술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피해여성은 그보다는 우리 변호사들에게 얘기한 거죠. 그 과정에서 22일부터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제보가 경찰은 아닌 것 같아요. 경찰이 알 수 없는 디테일한 것들도 나오고 있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상부에 보고되는 과정에서 검찰의 어떤 라인에서 흘러나온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사건이 공개되고 그 다음 어떤 조치들이 있었습니까?”
“대검 감찰부에서 저에게 전화가 와서 제발 그 피해여성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시내 모처에서 대검감찰부 검사와 피해여성이 3시간 동안이나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피해여성은 피를 토하는 것 같이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찰부에서 나온 검사가 그동안 녹취한 자료들을 주면 성실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마음이 움직여 통째로 모든 자료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는 뭡니까? 녹취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에 극히 일부만 빼내어 언론에 흘리면서 녹취록을 보니까 강압성은 없다고 발표하지 않습니까? 사건을 엉뚱하게 변질시키는 거고 피해여성은 두번 유린당한 겁니다. 피해여성은 첫눈에 반할 수 없는 평범한 얼굴의 주부입니다. 합의를 왜 했겠습니까? 아이들 셋을 둔 주부이기 때문에 가정을 위해서 한 겁니다. 저는 가해자가 검사이기 때문에 상식과 합리적인 추정이 무시되고 일이 반대로 진행되는 이런 상황에 정말 분노하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이 한 여성을 무참히 짓밟는 종합판 인권유린입니다.”
정 변호사는 진실을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음습한 곳에서 무마하려는 권력에 대해 변호사는 말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야 사회정의와 인권옹호가 이루어진다.
/ 엄상익 편집인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