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국의 교수들이 그 해의 상황을 빗대어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몇 년 전이었던가. 발표되었던 사자성어가 ‘당동벌이(黨同伐異)’였다. 사전적 의미로는 ‘같은 무리와는 당을 만들고 다른 자를 공격한다’라는 뜻으로, 앞을 보지 못하고 이익만을 위해 서로 편을 갈라 물어뜯으며 싸우는 모습을 은근히 비꼬는 말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권후보들 간의 이전투구는 점입가경이다. 이와 더불어 첫 직선제 협회장선거를 둘러싸고도 ‘당동벌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협회장선거에서도 로스쿨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이다.
‘로스쿨제도 전면 재검토’에서부터 ‘변호사시험 합격률상향’ 주장에 이르기까지 로스쿨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주장들이 이번 협회장 선거를 통해서 분출될 것이고, 회원들 간의 ‘상화하택(上火下澤, 서로 물과 불이 되어 갈등한다)’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도입되어 1기 졸업생이 배출된 마당에 로스쿨제도의 폐지 주장은 일단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그렇다면 로스쿨 문제는 옷을 갈아입고 ‘사법시험 존치’라는 이슈로 부각될 공산이 크다.
이 시점에 로스쿨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변협의 임원으로서 한마디 짚고 넘어갈 사항이 있다. 로스쿨문제를 둘러싸고 이해를 달리하는 다수의 당사자들이 존재하며, 변협은 그 중 일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법원과 검찰, 법무부와 교과부, 로스쿨협의회와 로스쿨학생협의회, 여기에 사법연수원생들까지…. 모두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하물며 로스쿨 내부에서 학교 측, 교수 측, 학생 측의 주장조차 모두 제각각이다.
변협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다양한 카운터파트너들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여기서 일방적인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목적달성은 고사하고, 협상력조차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변협 내부의 임원들 사이에서조차도 일치된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협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변협이 로스쿨대책과 관련하여 그간 한 일이라고는 신규변호사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 정부와 회사들을 설득하고 회원들에게 취업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 정도일 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이 지난 6월 오픈한 변호사취업정보센터(http://career.koreanbar. or.kr) 사이트이다.
올 한해에만 쏟아져 나온 신규 법조인의 수는 도합 2481명(사법연수생 1030명, 변호사시험 합격자 1451명)이고, 때문에 대량실업상태를 예견하면서 이들의 취업 문제를 한 목소리로 걱정하였다.
변호사취업정보센터에 대한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현재 일일방문자 수는 3500여명, 누적 방문자수는 51만여명에 달하니 말이다.
하지만 우려하였던 대량실업상태는 야기되지 않았다. ‘밀운불우(密雲不雨, 짙은 구름이 끼여 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라고 해야 할까? 어찌하였든 현재 1기 로스쿨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대략 95%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물론 구직자들이 스스로 눈높이를 낮춘 탓도 있고, 이로써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는 반면, 취업의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다음 변협의 수장은 이러한 문제들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무거운 자리이다. 모쪼록 이번 협회장 선거가 ‘당동벌이’가 아닌 변호사들의 지혜를 한자리로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변협이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이야기들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들이 제안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지금 로아시아 총회 참석차 인도네시아에 있다. 어제는 각국의 청년 변호사들과 어울려 저마다의 고충을 토로하며 각국의 상황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의 눈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반짝였다.
누가 우리들의 눈을 반짝이게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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