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HRC:Human Rights Council)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정부간 기구로, 유엔총회에서 선출되는 47개 회원국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UPR(Universal Periodic Review, ‘보편적 정례검토’라고 직역했으나 요즘은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라고 의역하고 있다)은 HRC가 창설되면서 새로이 고안된 것으로 유엔회원국 전부를 대상으로 4.5년을 주기로 해당 회원국의 인권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제도다.
대개 해당 회원국의 정부보고서 제출, 이해관계자들인 NGO, 국가인권기구 등의 보고서 제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정보 수집 및 제공, HRC의 보고서 채택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2008년 제1차 UPR절차가 진행됐고, 당시 HRC의 이사국들은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권리협약 가입, 주민등록제도 재검토, 양심적병역거부권 인정, 사형제도 폐지,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국가보안법 개폐, 난민협약에 부합되게 난민인정절차 개선 등 총 33가지를 권고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제2차 UPR 절차는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현재 진행 중이다. 우선 올해에는 정부보고서 및 이해관계자 보고서 등이 제출되고, OHCHR에 의한 자료 정리 및 정보 제공 등의 절차, 실무그룹에 의한 정부보고서 심의 및 보고서 채택 등의 절차가 진행됐으며, 내년에는 HRC에 의한 보고서 채택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NGO들은 연합하여 이해관계자 보고서를 제출한 후 제2차 대한민국 UPR에 참가할 이사국 대표들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을 했고, 대한변협은 처음으로 국제인권특별위원회를 통하여 별도로 이해관계자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원회는 작년 하반기에 구성돼 12월에 UPR 및 각종 조약기구 권고사항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유엔인권정책센터(KOCUN)와 공동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국제인권특별위는 또 올 4월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및 아동, 난민, 여성인권, 표현의 자유, 양심적 병역거부, 개인정보보호, 일제시대 정신대 문제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OHCHR은 각종 이해관계자 보고서들을 종합,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대한변협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는 우선 대한변협 김종철 인권이사를 지난 9월 27일~10월 5일 제네바로 파견, 헝가리, 오스트리아, 네팔 등 수많은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심의과정에서 대한변협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로비활동을 했고, 후발대로 필자와 양정숙·장영석 위원, 심은영 인권과장이 제네바로 가서 10월 23~25일 로비활동을 하면서 제2차 대한민국 UPR 절차 참관을 진행했다.
각종 조약기구들의 대한민국 정부보고서 심의, 제1차 UPR 등 절차를 참관한 바 있는 필자는 변협 국제인권특별위 위원들의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OHCHR 스태프인 한국인 우종길 사무관과의 면담을 주선했고, UNHCR(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을 방문, 아시아태평양 지역 법무담당관 등을 만나 대한민국의 난민제도 운용실태 및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 난민 문제 등에 관하여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10월 25일 오후 2시 반부터 3시간 30분에 걸쳐 드디어 HRC 실무그룹의 제2차 대한민국 UPR 심의 절차가 진행됐다.
법무부 길태기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대표단의 모두 발언, 이사국 대표들의 질의 및 권고, 정부대표단의 중간답변, 계속되는 질의 및 권고, 정부대표단의 최종 답변 등이 있었다.
정부대표단은 모두 발언에서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수립,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개인정보보호법, 난민법 제정 등 주로 제도적인 성과와 진전에 대하여 강조했고, 이사국 대표들 또한 NAP, ODA 등에 관한 제도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사형제,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차별금지법, 미혼모에 대한 차별, 출생신고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 표현의 자유 등 문제에 관한 진전된 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하여 정부대표단은 국가보안법이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경우 안보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권고사항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표현의 자유의 경우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경찰력을 사용하는 등 특별히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답변은 UPR제도의 본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였거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으로서, 향후에는 좀더 성의있고 진지한 고민과 답변이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실무그룹의 제2차 대한민국 UPR 심의는 마무리됐고, 10월 31일 보고서가 채택됐다.
이번 제2차 대한민국 UPR 절차를 참관하면서, 필자는 대한변협 국제인권특별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앞으로도 유엔 인권 활동에 있어서 변협이 감당하여야 할 몫이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UPR 및 각종 조약기구의 정부보고서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인식차이가 크면 클수록 변협이 스스로 저울추가 되기를 자임하여 변협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또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변협의 국제인권특별위가 향후 유엔 인권 활동에 있어서 변협의 위상과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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